오재원-오재일
두산 오재원(왼쪽) 오재일이 11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구장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풀고 있다. 제공 | 두산베어스

[오키나와=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배우는 건 좋은데 이제는 베테랑이니까 타격에 대한 자기 이론을 확고히 해야 한다.”

두산의 새 시즌 또다른 관심사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미국으로 날아가 동반 레슨을 받은 오재원(34)과 오재일(33)의 방망이다. 둘은 KT 황재균과 미국 LA로 날아가 덕 레타 코치의 지도를 받고 왔다. 오재원은 지난해에도 레타 코치 지도를 받았는데 4년 만에 3할 타율을 기록했고 홈런(15개)과 타점(81타점)은 커리어 하이였다. 올해 역시 비활동기간을 활용해 미국으로 건너갔는데 지난해 부진했던 후배 오재일도 손을 잡았다. 이른바 ‘레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둘의 ‘개인 레슨’ 열정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스스로 타격관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구시카와 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면서 둘의 개인 레슨 얘기가 나오자 “사실 타격이라는 건 정답이 없다. 기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어떠한 이론도 기본 자세에서 여러 방법 중 하나가 돼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은 한가지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해 오재원이 포스트시즌 부진했을 때를 떠올렸다. 그는 “후반기에 방망이가 잘 안맞으니까 (미국에서 배워 온) 폼을 잊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 다시 그 폼을 찾아야 한다고 의식을 하니까 더 안 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선수들이 최근 개인 레슨 뿐 아니라 여러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이론에 몰두한다”며 “그런데 꼭 그대로 해야하고 당장 효과를 봐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곱씹어볼 만 한 얘기다.

김 감독은 “투수가 공을 쉽게 잘 던지기 위해 골반을 이용하는 것처럼 타격도 기본 메카니즘에 충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타격을 하다보면 공을 강하게 치려는 습성에 배트 무게가 더해져 상체가 투수쪽으로 나가는 경우다. 오른 다리(좌타자 기준)에 벽을 견고히 쌓아 이른바 코어의 힘을 활용해 임팩트 순간 폭발력을 배가하는 것이 타격의 기본이다. 배트와 공이 만나기 전 최대한 몸에 힘을 뺀 뒤 임팩트 순간 힘을 집중해야 원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오른 다리로 만든 벽이 힘의 분산을 막아준다. 배트를 세우든 살짝 눕히든, 어깨 위로 들고 스윙을 시작하든 배꼽 부근에서 시작하든 큰 문제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한국 타자들은 어릴 때부터 주입식 훈련에 익숙하다보니 자기 이론을 정립할 틈이 없다. 코치들이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지도해도 저항없이 받아들여 수 십, 수 백가지 폼을 갖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오재원과 오재일에게 ‘자기 이론을 확고히 해야 할 때’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람마다 체형과 체격조건이 달라 힘을 쓰는 방법도 다르다.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폼을 스스로 정립하고, 기초를 다져둔 상태에서 다른 타격이론을 받아들여야 본인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야 슬럼프도 유연하게 극복할 수 있다.

한동안 오재원과 오재일의 몸 푸는 모습을 지켜본 김 감독은 “그래도 자비 들여서 배워왔는데 뭐라도 하지 않겠느냐”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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