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보수단체 항의 집회가 예고된 가수 이승환의 경북 구미 콘서트 공연장 대관이 공연 이틀을 앞두고 취소됐다. 이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대처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미시는 23일 오전 9시 이승환에 대관 취소 공문을 보냈다. 이승환이 구미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은 데뷔 35년 만에 처음이다.
하지만 이승환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찬성하고 나서자 지난 19일 자유대한민국수호대 등 보수단체들은 구미시청 앞에서 “공연장 대관을 취소하라”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후 보수단체는 공연 당일 항의 집회도 예고했다.
이에 이승환은 공연 당일 관객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보수단체의 항의 소식이 알려진 뒤, 이승환의 구미 콘서트는 전석 매진되며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럼에도 구미시는 안전상의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2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이승환 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다”라며 “하지만 이승환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일 이승환 씨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라며 “그럼에도 이승환 씨는 지난 14일 수원 공연에서 ‘탄핵이 되니 좋다’라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엇이 잘못인지 인지조차 못한 회견이다.
민주주의와 시대를 역행하는 발언이다. 명목상 ‘안전 문제’라고 했지만 김 시장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이승환의 공연은 ‘정치적 목적’이 있으며 ‘정치적 선동’이라고 단정지었기 때문이다.
이승환의 발언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정치적 발언이 아니다.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총칼을 겨누고 헌법 기관을 마비시키려한 내란수괴와 동조자에 대한 비판이다. 온 국민을 공분케 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저항이다.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이다. 비상식이자 반민주적 행위는 구미시가 저지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구미시가 정치적 언행을 하지 말라는 서약서를 쓰게 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한 것. 구미시의 대처가 비상식적이라는 이유다. 각종 공연 활동을 해야 하는 연예인의 입을 막는 폭력에 더 가깝다.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속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직간접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스타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거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보수단체에게 항의 집회의 권리가 주어진 것처럼 이승환의 공연장을 찾은 팬들 역시 이승환의 말과 행동, 음악 등을 지지하고 응원할 자격이 있다. 이것이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다.
이승환 역시 구미시의 이같은 발표에 발끈했다. 그는 “공연일 직전에 ‘정치적 오해 등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이름 써라’ ‘이름 안 쓰면 공연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요구를 받아야만 하다니 이는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의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일방적이고도 부당한 대관 취소 결정으로 발생할 법적, 경제적 책임은 구미시의 세금을 통해서가 아니라, 이 결정에 참여한 이들이 져야 할 것”이라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