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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웅희기자] 선발투수 1명을 키우는 게 쉽지 않다. 몇 년 앞을 내다보며 기회를 줘도 선발자리를 꿰차는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 올시즌 선발로테이션에 포함돼 연착륙을 노리던 유망주들도 난항을 겪고 있다.
장기 레이스로 펼쳐지는 시즌 내내 좋은 흐름을 유지하려면 제대로 된 선발진을 구축해야 한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팀일수록 선발로테이션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선발진을 구축하기 위해 팀별로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는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키움은 우완 안우진과 좌완 이승호(이상 20)를 선발진에 포함시켰다. 젊은 투수들이 자리를 잡으면 향후 10년 이상 선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깔렸다. 7일 현재 15경기에서 6승5패, 방어율 5.15를 기록 중인 안우진은 부상으로 개점휴업 중이다. 오른 어깨 외회전근 염증으로 재활하다 다시 어깨 부위에 염증이 발견됐다. 이달 중순 복귀 예정이지만 불펜행 가능성도 있다. 키움 장정석 감독은 “안우진이 돌아올 때쯤 20경기 정도를 남았을 것이다. 선발로 들어가면 3~4차례 등판한다. 이전부터 불펜으로 돌릴 생각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펜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이승호 역시 17경기에서 5승4패, 방어율 5.20으로 초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부상 복귀 후 최근 등판한 2경기 모두 부진했다.
NC도 사이드암 박진우(29)와 좌완 김영규(19)로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탔지만, 둘 모두 현재 불펜요원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박진우는 23경기에서 6승7패, 1홀드, 방어율 3.79를 기록 중인데 후반기 4경기는 모두 불펜에서 등판했다. 김영규(4승4패, 1홀드, 방어율 6.12)도 불펜에 둥지를 틀었다. 초반 선발 3연승으로 히트를 치는 듯 했지만 6월부터 불펜대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좌완 최성영(22) 등이 최근 대체선발로 등판하며 기회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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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좌완 김범수와 우완 김민우(이상 24), 좌완 박주홍(20), 우완 김성훈(21) 등을 선발진에 넣어 미래를 기약하려 했지만, 현재 선발진에 남아있는 투수는 없다. 김범수는 3승, 김민우는 2승에 그치는 등 후보군 모두 버티지 못하고 불펜으로 돌아갔다. 김범수가 그나마 가장 오래 선발진에 남아있었지만 최근 불펜으로 다시 이동했다. 롯데 역시 마운드의 미래라 부르던 윤성빈(20), 김원중(26) 등을 현재 1군에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저스틴 헤일리의 퇴출, 덱 맥과이어의 부상 등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잃은 삼성은 신인 김윤수(20)와 2년 차 최채흥(25)을 로테이션에 넣는다. 김윤수는 헤일리 대체선발로 나서고 있고, 최채흥은 올시즌 역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다시 기회를 잡았다. 비록 외국인 투수들의 동반 이탈로 위기를 맞이한 삼성이지만 이들이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면 큰 수확일 수도 있다.
선발투수는 2~3년 꾸준히 잘 던지면 자리를 잡는다고 말한다. 부상만 아니라면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선발투수 1명을 만드는 게 정말 어렵다. 올시즌도 수많은 유망주들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iaspir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