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규
성민규 롯데 신임 단장이 지난 4일 사직구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파격일 수 있다.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 정서를 고려하면 당사자들에게 곤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루머와 가짜 정보들이 구단의 냉철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KBO리그 감독 선임을 두고 수많은 억측이 나돌고 있다. 롯데 차기 사령탑 후보들을 수면 위로 띄워 이들의 장·단점을 살펴 팬의 이해를 돕기 위해 ‘SS 청문회’ 코너를 신설했다. 자천타천 후보에 오른 야구인들의 입과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평가를 토대로 리더십을 들여다보자는 게 청문회의 목적이다. 담당기자의 냉철한 시각으로, 좌초 위기에 빠진 팀을 어떻게 끌어 올려야 할지도 청문보고서 형태로 담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결국 인사권은 언론도, 팬도 아닌 야구단이 쥐고 있다. 목소리를 경청할 순 있지만 내부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판단할 수 있는 건 구단이다. 난파선에 비유되는 롯데 현실인 만큼 어느 때보다 중지를 모아야 한다.

‘필요조건’은 구체화할수록 좋다. 롯데 개혁의 시발점은 파격이다. 이달 초 프런트 새 수장으로 팀 내 최선참 이대호와 동갑내기인 ‘만 37세’ 성민규 신임 단장을 선임한 게 기점이었다. 롯데는 물론 연고 지역과 인연이 없었던 그를 선임한 건 KBO리그 원년 팀이라는 전통에도 10년 가까이 반전 해법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지도자와 프런트를 두루 거치면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성 단장을 토대로 ‘구 문화’를 벗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성 단장 역시 롯데 체질 개선을 화두로 두고 1군이 아닌 2군서부터 메스를 대고 있다. 당연히 새 사령탑 역시 성 단장과 기조를 맞출만한 파격 혹은 참신한 인물을 우선으로 여기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파격이 롯데의 장밋빛 미래를 예고하진 않는다. 일부 야구인은 성 단장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단장으로의 ‘성민규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 단장이 장기적으로 한국 야구에 보탬이 될 만한 인물은 맞지만 단장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단장은 단순히 팀 내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외적 네트워크를 끌어가는 역량이 필요하다. 사장 등 윗선의 견제나 지시 없이 자기 뜻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성 단장은 사실상 김종인 사장이 직접 뽑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부 실무자는 선임 과정을 인지하지 못했다. 김 사장이 오랜 시간 추천을 받아 선택했다. 단기간 성과를 중시하는 국내 문화에서 성 단장이 당장 내년에 진보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내정 간섭이 이뤄질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있다. 한 야구인은 “성 단장이 당장 성적은 몰라도 ML에서 스카우트 총괄과 같은 역할을 한만큼 롯데에 반복된 외인 선수 실패 문제를 먼저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내년 즉시 전력감 외인을 잘 뽑는 게 연착륙의 지름길”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말하면 롯데가 진정한 개혁을 원한다면 당장의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모그룹 차원서부터 현재 ‘성민규 체제’를 믿고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다행히 성 단장은 새 감독 선임 과정에서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이례적으로 외인 감독 후보 3명(제리 로이스터, 스캇 쿨바, 래리 서튼)을 공개, 직접 면접을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투명하고 절차를 지닌 감독 선임을 하겠다는 의지로 그간 롯데 구단 이미지를 고려했을 땐 긍정적인 부분이다.

신임단장 상견례3
롯데 성민규 신임단장이 4일 사직구장에서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제공

다만 눈치 보기식 선임은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로이스터 감독의 경우엔 과거 롯데 암흑기 탈출을 이끈 주역으로 롯데 팬이 가장 원하는 감독이다. 그러나 5년간 현장 공백과 갈수록 섬세해지는 아시아 야구에 걸맞지 않은 전략 등이 장애 요소로 꼽힌다. 롯데 내부에서도 애초 최종 후보에 로이스터 감독을 집어넣을 때 고령 나이서부터 일련의 나온 문제점을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롯데 야구를 점점 외면하는 팬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 단장이 로이스터 감독과 미국에서 얼마나 비전을 공유했는지 알려지진 않았다. 그러나 팬 목소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건 자칫 큰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또 무조건 외인 감독에 집착할 필요도 없다. 성 단장은 부임 직후 데이터 야구 등 ML식 선수단 운영을 강조하면서도 ‘소통’을 감독 선임의 최우선 요건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을 강조했는데 바닥을 찍고 올라서야 하는 롯데 입장에서는 국내 야구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팀 내 정체성을 일찌감치 들여다볼 수 있는 베테랑 국내 지도자도 효용 가치가 있다. 최근 국내 지도자 중 유력 후보로 언급된 일부 젊은 지도자들은 ‘하기 싫거나 하고 싶은 게’ 분명한 요즘 세대와 소통에 더 능하리라는 전망도 있다. 선임이 임박했다. 롯데로서는 팀 위기를 타개하고 진정으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현실 지도자’를 찾는 게 관건으로 보인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