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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일단 기회를 주니 잘한다. 발렌시아 초특급 유망주 이강인(18)의 임대 무산은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지도 모른다.
이강인은 26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에서 열린 헤타페와의 2019~2020시즌 스페인 라리가 6라운드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9분 팀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는 등 맹활약했다. 앞서 두 골에 관여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린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호드리구가 내준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다이렉트 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이 주로 쓰는 발인 왼발이 아니라 오른발로 만든 득점이었다.
이강인은 이날 득점을 통해 발렌시아 구단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발렌시아 첫 동양인 득점에 외국인 최연소 득점자가 됐다. 정규리그에서는 후안 메나, 페르난도 고메즈에 이어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골을 넣은 선수에 등극했다. 자신의 리그 첫 선발 출전 경기에서 큰 족적을 남겼다.
이강인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임대, 혹은 완전이적으로 발렌시아 탈출을 모색했다. 전임 사령탑인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고수한 가운데 이강인을 벤치 멤버로도 잘 활용하지 않았다.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강인은 발렌시아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스페인과 기타 유럽의 복수 클럽이 이강인을 원했기 때문에 무난하게 이적이 성사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피터 림 발렌시아 구단주는 이강인을 향한 애정을 거두지 못하면서 결국 이강인을 잔류시켰다. 이후 마르셀리노 감독을 경질하고 자신의 뜻을 이해하는 알베르트 셀라데스 감독을 데려왔다. 셀라데스 감독은 부임 직 후 이강인에게 교체로 20~30분 정도를 뛰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헤타페전에 선발 카드로 내세웠고, 이강인은 기대에 부응했다.
발렌시아 팀으로 보면 현재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발렌시아는 최근 3경기서 2무1패로 승리가 없다. 다소 무리하게 마르셀리노 감독을 보낸 상황에서 성적이 나지 않고 있다. 팬의 비판을 받기 좋지만 이강인 개인은 꾸준히 출전 시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 긍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발렌시아 내부, 팬 사이에서도 이강인은 유스 출신의 특급 유망주이기 때문에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이강인 득점 후에도 발렌시아의 모든 홈팬이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나눴다. 위기로 여겨졌던 발렌시아 잔류가 기회로 바뀌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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