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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동생들에게 ‘쫄지말자’고 했죠.”
막내에서 이젠 ‘맏형’으로 변신했다. 시니어 무대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는 ‘당구 신동’ 조명우(21)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세계3쿠션주니어선수권이 열리는 스페인 발렌시아 땅을 밟았다.
조명우는 이 대회에서 지난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 당구계에 존재를 알렸다. 이번이 마지막 출전이다. 대한당구연맹에 따르면 이 대회는 22세 미만까지 참가할 수 있다. 시니어 데뷔 이후에도 UMB 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에서 시상대에 오르며 연착륙한 그는 올해 한껏 물이 올랐다. 지난 6월 대한당구연맹(KBF) 슈퍼컵 3쿠션 토너먼트에서 1990년대생 선두주자인 선배 김행직을 꺾고 우승, KBF 주관 대회 최대 우승 상금인 5000만 원을 품었다. 7월엔 베트남 빈즈엉에서 끝난 제8회 베카멕스컵에서 정상에 오른 그는 지난 9월 서울에서 전 세계 톱랭커가 겨룬 2019 LG U+컵 3쿠션 마스터스에서도 터키의 레전드 세미 세이기너를 꺾고 우승했다. 어느덧 한국 당구 ‘조명우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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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아테네오 메르칸틸에서 개막한 2019 세계캐롬연맹(UMB) 주니어선수권 조별리그 첫 날 조명우는 확연히 다른 클래스로 시선을 끌었다. A조에 묶인 그는 게르게스 키롤로스(이집트)를 25-13, 로시에르 니크(벨기에)을 25-4로 각각 여유있게 누르고 2연승,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특히 로시에르와 경기는 에버리지 2.5를 기록, 10이닝 만에 끝냈다.
현장에선 조명우가 경기할 때마다 많은 관중이 몰려들었다. 그를 롤모델로 여기는 다른 나라 유망주도 관심있게 지켜봤다. 조명우는 “개인적으로 주니어든 시니어든 마음가짐은 다르지 않다. 모든 당구 대회에 나설 때마다 차이를 두지 않고 늘 ‘같은 대회’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국 선수 중엔 김행직이 주니어선수권에서만 통산 4회(2007 2010 2011 2012) 정상에 오르며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김행직이 주니어선수권을 발판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오름세를 탄 것처럼 조명우도 궤를 같이한다. 그는 ‘주니어선수권이 갖는 의미’에 대해 “시니어에 가서도 빨리 성장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우승이라는 결과물 자체가 커다란 자신감을 준다”며 “처음 우승하기 전엔 겁이 많았다. 2016년 첫 우승할 때 결승에서 한국 선수(신정주)와 만났는데, 너무나 잘 아는 선수끼리 만난지라 부담을 느꼈다. 고비를 잘 넘긴 뒤 더 자신감이 생겼고 (다음 대회부터) 심적으로 편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시니어 무대에서 ‘막둥이’로 활동하던 그가 인천국제공항서부터 발렌시아에 당도하기까지 후배들을 꼼꼼하게 챙기고 쓴소리도 하는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인터뷰 중 옆에 앉아있던 이장희 주니어대표팀 감독은 “시니어에 가면 명우가 설거지 당번일텐데 이제 후배들 시키겠는데”라고 농담했다. 조명우는 “절대 그렇지 않다. 동생들과 ‘이번에 가장 먼저 떨어진 사람이 숙소에서 설거지하자’고 약속했다”고 웃으면서 “동생 3명(김한누리, 조화우, 고준서)모두 대회에 처음 출전한다. ‘기죽지 말자’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진 적이 있는데 주니어 선수가 대회 처음 나와서 패하면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최선을 다한 결과를 받아들이면 된다. 이기면 좋지만 져도 이를 발판삼아 발전하면 된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국내에서만 당구를 치다가 국제 무대, 그것도 다른 나라와 문화를 지닌 비슷한 나이대 선수와 경기 경험을 쌓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장이다. 조명우는 “일단 유럽 대회장 환경이나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처음엔 다른 인종이나 다른 스타일의 선수와 공을 치는 게 어색했다. 중학생 때 처음 주니어선수권에 출전했는데 키 190㎝, 몸무게 130㎏인 터키 선수와 첫 경기했는데 당시 어른과 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어색해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는데, 동생들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시니어 무대에서 호성적을 거둔 그는 당구에 눈이 떴다. 최근 아마와 프로 무대에서 20대 선수가 전성기를 누리는 것엔 “과거 선배들과 다르게 당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교가 생겼다. 나 역시 매탄고 당구부에서 수학했다. 또 이젠 어디를 가도 (국제식)대대구장이 많다. 실력 있는 선배에게 배울 환경이 늘었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명우는 평소 훈련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에 대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같다. 스트로크와 두께 위주로 훈련한다. 당구에서 가장 기본이다. 여러 상황을 두고 공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나 난 그저 연습한대로만 치자는 생각”이라며 “다만 경기 중 긴장할 때 스트로크와 두께 훈련이 평소에 얼마나 잘 돼 있는지가 변수”라고 강조했다.
이장희 감독은 “당구라는 게 공 수준이 오를수록 두려움도 생기고 슬럼프가 온다. 조명우는 늘 겸손한 마음으로 극복해온 선수다. 주니어 마지막 대회에서 새 역사를 쓰고 진정으로 레전드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