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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월 26일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을 방문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삼성전자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중국발 LCD 물량 공세에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충남 아산에 위치한 탕정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에 13조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투자는 탕정 액정표시장치(LCD) 라인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 올레드(QD-OLED·양자점 유기발광다이오드)’로 전환하기 위한 계획 하에 이뤄진 것으로 중국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가 그간 LCD 중심의 시장 판도에서 OLED로 바뀌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10일 충남 아산 탕정 사업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임원과 정부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대형에서는 LCD(액정표시장치)에 집중해 투자해왔지만 이번에는 대형 부문에서도 OLED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늘린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CD 시장은 중국 업체의 생산 능력 증가로 인해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점이 이번 투자의 주된 계기가 됐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디사업장
충남 아산에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사업장. 제공|삼성디스플레이

최근 삼성은 탕정 액정(LCD) 라인 가운데 한 개(L8-1)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는데, 이 라인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 올레드’(QD-OLED)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당 라인 전환에 약 10조원이 들어가고, 나머지 3조2000억원은 연구·개발(R&D)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다른 LCD 생산 라인인 L8-2와 L7-2에서도 감산을 통한 생산량 조절에 나선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하는 ‘QD-OLED’는 LCD를 대체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백라이트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와 퀀텀닷(QD)의 장점을 결합한 패널이다. 일찌감치 삼성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QD-OLED’ 기술을 낙점해 연구해왔고, 업계에서는 해당 기술이 발전하면 QLED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반 OLED가 청색 무기물 발광물질을 광원으로 그 위에 적색과 녹색 퀀텀닷(QD) 컬러필터를 올려 색을 재현하는 방식이라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QD-OLED는 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하고, 색재현율이 높은 QD 재료를 컬러필터로 사용해 고해상도와 고휘도를 구현하는 기술이다. 삼성에서는 QD-OLED가 무기물인 퀀텀닷을 사용하기 때문에 생산을 안정화할 수 있고 OLED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미 퀀텀닷을 디스플레이에 활용하고 있다. QLED TV가 대표적 제품이다. QLED TV는 LCD 패널에 퀀텀닷 필름을 추가해 화질을 높인 기술로 학계에서는 현재 시판중인 삼성의 QLED TV는 QD 소재 필름을 입히고, LED를 백라이트로 쓰는 LCD TV로,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LG전자도 삼성의 QLED TV가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LCD TV임에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케 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허위 과장 광고로 지난달말 신고한 바 있다.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양산에 성공한다면, TV뿐만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QD-OLED 기술이 활발하게 활용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부문에 대한 총 매출이 15% 가량 차지하고 있는데, QD-OLED로 사업 전면 전환이 이뤄지면 QD-OLED 전환 투자비 마련이 필요한 데다 기존 중소형 OLED 투자비까지 감안하면 최대 25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도 투자를 확대한 상태인 만큼 적지 않은 부담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확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8월26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사업장을 방문해 “위기와 기회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 LCD사업이 어렵다고 해서 대형 디스플레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선도해야 한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결국 삼성도 QD-OLED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대형 모두 OLED 투자에 집중하게 되면서 향후 LCD 기반의 QLED TV 마케팅을 강조해온 삼성전자가 이를 어떻게 얼마나 수용하고 활용할 지 여부도 또다른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