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옥

[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배우 이중옥이 힘이 되어준 아내, 작은 아버지 이창동 감독 등 가족 이야기를 비롯해 연기를 시작한 계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중옥은 데뷔 20년 차 배우로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 ‘오케이 스토리’, ‘슬픈 대호’ 등 연극 무대를 활보하다 ‘밀양’, ‘방황하는 칼날’, ‘씨, 베토벤’ 등 영화에도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연말 영화 ‘마약왕’부터 올해 초 16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극한 직업’, 이번 ‘타인은 지옥이다’까지. 소위 대박을 터뜨리거나 굵직한 작품들을 만나 그 어떤 날보다 순항 중에 있다.

이중옥은 지난 1년의 기억에 대해 “아직 얼떨떨하다. 1년 전과 현재의 상황이 너무 달라졌다. 분명 좋은 건 맞지만 들뜨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러모로 많이 배울 수 있었던 해라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어떤 일이든 한 가지 일을 오래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는 고비 때마다 지탱할 수 있었던 힘으로 아내의 존재를 꼽았다. “아내와 연애를 길게 하고 결혼했다. 힘들 때마다 극복하게 도와준 사람이 아내다”라며 애정을 전한 후 ‘타인은 지옥이다’ 반응도 덧붙였다. 이중옥은 “이번이 전 작품들보다 비중이 커져서 좋아했지만, 역할도 센 이미지이고 긴 호흡으로 촬영한 것이 처음이라 아내가 긴장하며 본 것 같다. 하지만 매 회가 끝날 때마다 고생했다고 칭찬해줬다”라며 미소 지었다.

이중옥이 연기를 처음 시작한 건 20대 초반으로 뜻밖의 이유에서 출발한 거였다. “당시 일이 풀리지 않아 반항하는 마음으로 연극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흔쾌히 하라고 하셨다. 제가 생각한 반응이 아니었는데 실제 연극무대에 올라보니 너무 재미있더라. 제 연기에 관객들이 반응한다는 그 경험을 잊을 수 없었고 정말 신기했다”

이중옥의 작은 아버지는 이창동 감독으로 묵묵히 힘이 되어주는 존재다. 이 감독은 조카 이중옥의 연극 무대를 종종 보러 연극무대를 찾았고 그 때마다 조언을 남기곤 했다고. 이중옥은 “제가 대구 출신이라 사투리가 남아있는데, 대사에서 표준어를 어떻게 써야 될 지도 알려주셨고 연기에 대해서도 코멘트를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이번 ‘타인은 지옥이다’ 활약에 이 감독의 첨언이 있었냐고 물으니 “이번에는 없었다”라고 웃으며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중옥

‘타인은 지옥이다’는 윤종우(임시완 분)가 에덴 고시원 사람들 모두를 살해하는 것으로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사망한 걸로 보였던 서문조(이동욱 분)가 멀찌감치서 윤종우를 바라보는 모습, 윤종우와 서문조 얼굴이 오버랩되는 모습에서 얼마든지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전개를 꾸몄다. 이중옥은 “보시는 분들의 상상에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결말이 어떻게 되는 거는 거냐고 묻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결말일 거라고 이야기했다. 누구는 죽었고, 누구는 살아있다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것보다 나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중옥은 잊을 수 없는 장면으로 고시원 주인 엄복순(이정은 분)에게 따귀를 맞은 장면을 꼽았다. 엄복순이 고시원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면서 홍남복에게 화를 내는 대목이다. 이중옥은 이정은의 연기가 압도적이었다며 감탄했다. 이중옥은 “제 앞에서 막 화를 내시는데 ‘퍼부었다’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계속 기억에 남아있다. 때리는 장면은 기술적으로 잘 때려주셨는데 살짝 아프긴 했다.(웃음) 마음에 걸리셨는지 문자로 미안하다고 해주셨다. 너무 세게 때린 것 아니냐며 걱정해주셨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다소 잔혹한 전개에 스릴러라는 장르를 가진 데다 마지막 회는 19금이 걸린 만큼 여타의 드라마와 비교했을 때 파격적이었다. 이중옥은 “잔인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 면만 부각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그렇게 되지 않길 원한다는 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에덴 고시원은 우리 사회를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각 방의 칸막이는 합판으로 구성됐다. 툭 치면 쉽게 부서지는건데 그걸 사이에 두고 말을 안 하니. 우리가 소통을 잘 못하고 있지 않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탄생한 건가 싶었다”

이중옥은 줄곧 악역을 맡아왔지만, 기시감에 두려움을 갖지 않았다. 이중옥은 “악역을 많이 해왔다고 갑자기 선한 역할을 해 보이고 싶지는 않다. 물론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거지만, 악역을 계속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멀쩡한 옷을 입고 다니는 역할을 소화해보고 싶다. 수트를 입고 여의도 쪽 회사를 다니는 직장 상사 캐릭터 같은 것 말이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에 홍남복이 러닝셔츠와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는데 다들 한 벌만 있는 줄 아시더라. 윗옷은 세벌에 바지도 다섯 벌이나 있었다”라고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중옥은 이제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 ‘히트맨’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이후의 차기작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그는 아내와 캠핑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전했다. “평소에 거의 집에 있는 편이고, 밖에 잘 돌아다니는 성격이 아니다. 아내와 근교에 드라이브 가는 정도인데, 이번에는 머리도 식힐 겸 캠핑을 떠나보고 싶어졌다”

끝으로 이중옥은 “누군가가 특정 역할에 저를 추천했을 때 ‘그래. 이중옥이 해야 돼’라는 반응을 듣고 싶다. 그게 어떤 캐릭터이든 제가 연기한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반대 없이 동의할 정도만 된다면 좋겠다”라며 자신만의 청사진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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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지킴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