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영화제

[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착한 영화, 긍정 메시지 영화 보러 오세요.”

잔혹하거나 선정적인 영화들이 관객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극장가다.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좋은 영화 찾기가 쉽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을 관객이라면 오는 24일 개막해 27일까지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진행되는 제6회 가톨릭 영화제를 찾을만하다. 가톨릭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들로 채워져 있을 거란 우려가 생긴다면 기우에 그칠 게 분명하다. 가톨릭 영화제는 가톨릭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영화제이기는 하지만, 종교를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다가가는 영화 총 46편을 모아놓았다.

최근 만난 가톨릭 영화제 조용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운영되면서 기본적인 방침이나 원칙으로 정한게 뭐냐면 남을 비판한 영화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나 어떤 특정 사람이나 계층을 표출한 영화가 많은데, 우리는 착한 영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한 영화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뒤이어 “타 영화제는 세션을 정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프로그래머가 있어서 개인적인 성향에 좌우가 많이 되는데, 우리는 과반수 3분의2 이상이 찬성을 해야 상영 가능하게 해서 영화를 많이 거르는 편”이라면서 “충분한 검토를 하고 정하니까 어찌보면 더 대중적일수 있고 어찌보면 실험적이지 않고, 안정적인 영화를 트는 색깔이 있다고 볼수도 있다”고 영화제의 특색을 덧붙였다.

조용준 신부 가톨릭 영화제 집행위원장

그렇기 때문에 “그런 특색의 영화를 찾는게 어려운게 가톨릭 영화제의 고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일반 관객들이 착한 영화를 극장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 뿐만 아니라 “영화를 출품하거나 참여하는 입장에서도 가톨릭 영화제라고 하니까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가톨릭적인 색깔의 종교영화를 상영하려는게 아니냐고 생각하며 자기 영화를 줄 수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어떤 분은 자기가 종교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니까 우리 영화제에 상영해달라고 하는 분도 있었는데, 우리쪽에서 애매한게 있어서 안 틀었다가 항의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가톨릭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이같은 원칙을 세운 이유는 뭘까 궁금해졌다. 조용준 위원장은 “영화제를 처음 시작하기 앞서 많은 영화제를 다니고 많은 영화를 보며 공부했다. 그러면서 다른 종교 영화제들의 사례도 알게 되고, 종교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콘텐츠 자체가 줄었다. 그래서 종교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제는 틀 영화가 없게 됐다. 영화제가 영화의 퀄리티를 논의하기 앞서 편수 채우기에 급급하게 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콘텐츠가 없어 허덕이는 모습을 보니 우리도 종교적인 영화를 상영하면 똑같은 오류에 빠지겠다 생각했다. 영화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질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주제를 정해서 하자고 원칙을 세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제는 이중성을 지녀서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이면서 철저히 가톨릭의 영성적인 가치에 부합할 수 있는 영화를 보여주는 자리를 만들자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그래서 콘셉트가 있는 영화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주제는 ‘우리의 평화’다. 조 위원장은“‘평화는 일상적인 단어이지만 카톨릭의 주제이기도 하다. 같이 바라볼 수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는것”이라고 했다. 또 그냥 평화도 아니고 ‘우리의 평화’라고 한 이유는 “주제를 정할 당시 남북 문제에 있어 희망 진작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또한, 한국적인 상황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갈라지고, 갈라지고 나면 반목하고 반목의 골이 깊어지는 경향이 세서 안타깝다.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는게 뭘까 하면서 생각한 단어가 뭘까 하다가 평화를 생각하게 됐고, 그냥 평화도 아니고 ‘우리의 평화’라고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에서 천주교가 그 어떤 종교보다 정치·문화·사회적으로 대중에 깊숙이 다가간 만큼 영화제도 그런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성큼 다가가려는게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해 조용준 위원장은 “이 영화제를 시작하면서 느낀건 가톨릭과 영화계가 멀리 있더라. 그래서 저는 그 중간점에서 거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 안에서 천주교가 함께 할 수 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말씀을 드리고, 많은 감독들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지향, 인간성 회복이라는 이야기로 많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있다”고 소신을 전했다.

주제와 영화제 특색에 맞게 고른 영화들 중에서도 관객들에게 강추할 만한 영화는 뭘까. 조 위원장은 “먼저 개막작 ‘천국의 문’이 있다. 단편인데, 원제는 ‘어드미션’(Admission)인데, 그냥 직역해서 ‘입장’이라고 하면 잘 안와닿을 것 같아서 저희가 제목을 ‘천국의 문’으로 했다. 천국과 지옥의 문 앞에서 사람이 선택하는 이야기로, 서로 간 복수를 하려는 상황이지만 화해가 아니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메시지가 이번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에 맞다고 봤다. 우리 일상 안에서 상대방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인정할 때 진정한 평화가 오지 않을까 해서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이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영화는 홍콩영화 ‘스틸 휴먼’이다. “하반신 마비인 청룽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가 1년간 지내면서 서로를 독려하게 된다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소개한 조 위원장은 몇년 전 국내에도 개봉돼 호응이 좋았던 프랑스 영화 ‘언터쳐블:1%의 우정’가 연상된다는 말에 “비슷하다면 비슷한데, 상황은 다르다 청룽이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다. 보고 나면 다르다는 걸 알것”이라고 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개봉했던 프랑스 클래식 영화 ‘마농의 샘’도 1부와 2부로 나누어 상영할 예정이다. 조 위원장은 “알랭 드롱의 거의 마지막 영화이자, 프랑스 문화뿐 아니라 가톨릭 문화도 많이 담긴 영화라 추천하고 싶다. 2회 영화제때부터 이 영화를 틀고 싶었는데, 그때는 프랑스에서 복원작업을 한다며 승락하지 않다가 드디어 승락을 받고 이번에 상영하게 됐다. 또 한국 수입사가 생겨서 좀 있으면 제대로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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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가톨릭 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