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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새 사령탑으로 확정된 키움 허문회 코치.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새 시즌 반전을 꿈꾸는 롯데가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신임 사령탑에 키움 허문회 수석코치를 내정했다.

롯데 사정에 정통한 다수 관계자들은 최근 “허 수석코치는 두산과 한국시리즈(KS) 종료 직후 롯데 사령탑 부임을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2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끝난 한국시리즈(KS) 4차전에서 키움이 두산에 패하면서 4전 전패 준우승을 확정한 뒤 장정석 감독이 허 코치의 롯데행을 인정했다. 장 감독은 “ (허 코치를)급하게 불러서 박수쳐주고 축해해줬다. (롯데 감독 부임 얘기는) 오늘 들은 건 아니다. 그 전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7월19일 양상문 감독이 이윤원 단장과 동반 사임한 뒤 정규시즌 하반기를 공필성 대행 체제로 운영했다. 그러다가 성민규 신임 단장 부임 이후 새 감독 선임에 속도를 냈다. 이례적으로 투명한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내세우면서 플랜A였던 외국인 후보자 3명(제리 로이스터, 스캇 쿨바, 래리 서튼)을 발표했고 성 단장이 미국으로 날아가 직접 면접을 진행했다. 10년 전 롯데 야구 부흥기를 이끈 로이스터 감독은 부산 팬이 가장 원했지만 오랜 현장 공백이 걸림돌이 됐다. 서튼은 1군보다 롯데 ‘육성 기조’의 핵심인 2군을 총괄하는 역할이 더 어울린다고 여기고 최근 퓨처스 감독으로 전격 선임했다. 쿨바는 롯데와 협상 조건에서 견해를 좁히지 못했다.

롯데는 플랜B였던 국내 지도자로 재빠르게 돌아섰다. 하마평에 오른 여러 인물이 있었지만 롯데는 일찌감치 허 코치를 점찍고 협상에 나섰다. 메이저리그(ML) 전문가인 성 단장은 부임과 함께 ML식 체질 개선을 외치면서 팀의 미래와 직결되는 2군 시스템 개혁에 가장 중점을 뒀다. 훈련 환경서부터 프로그램까지 ML 벤치마킹을 앞세운 만큼 최근까지 미국에서 지도자로 활약한 서튼에게 미래를 맡겼다. 대신 난파선에 비유된 1군은 내년부터 어느정도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하는 무대다. 성 단장이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간 실패를 거듭한 즉시 전력감 외인 수급에 나선 것과 동시에 사령탑은 ‘소통’에 중점을 뒀다. 이르게 선수단 분위기를 추스르고 프런트와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국내 지도자에 대한 욕구가 컸다. 허 코치는 누구보다 부산 정서를 잘 알고 있고, 10년 넘게 타격코치와 수석코치로 현장 감각을 익히면서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키움 훈련장과 더그아웃에서 기술적인 역할 뿐 아니라 코치진과 선수들의 분위기를 다잡는 가교 구실을 해왔다. 롯데는 여러 면에서 허 코치가 현실에 부합한 지도자로 여기고 새 시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다만 신임 감독이 수석코치로 KS 무대까지 밟은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정규시즌 직후 허 감독과 만나 사령탑 부임에 뜻을 모았다. 다만 키움이 놀라운 상승세로 준플레이오프를 넘어 플레이오프에 안착하자, 롯데와 키움 구단은 허 코치 영입과 관련해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한다는 데 공감했다. 롯데는 최대한 새 사령탑 선임에 말을 아꼈다. 마침 KS가 조기에 끝나자 롯데는 허 신임 감독 영입을 공식화하고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허 신임 감독은 부산 중앙초~초량중~부산공고-경성대를 졸업한 부산 토박이다. 일찌감치 장타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 1994년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해태 지명을 받았다가 입단 전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2001년 맞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두 시즌간 활약하다가 2003년 다시 LG 복귀해 그해 은퇴했다. 춘천고 야구부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은 그는 2007년부터 LG 2군 타격코치를 맡으면서 KBO리그 지도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지난 2012년 타격코치로 키움 전신 넥센에 둥지를 틀었고, 지난해부터 수석코치를 맡아 ‘장정석호’의 엔진 구실을 했다. 마침내 올 시즌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쾌거를 이루는 데 조력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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