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배우근기자] 롯데 허문회(47) 신임감독은 소통형 지도자로 야구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근 프로구단 사령탑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표적 기준으로 적용되는 게 소통능력이다. 롯데도 허 감독의 그런 면을 높이 샀다. 그래서 외국인 감독 선임이 틀어지자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또 허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선수별 데이터를 뽑아 꼼꼼하게 적용한다. 선수 장점을 발견해 육성하는 능력과 어우러지며 넥센과 키움시절 유망주들을 리그 정상급으로 키워냈다, 리그 적응력 면에서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허 감독의 최대장점으로 손꼽히는 소통은 양면의 칼날이다. 소속 선수의 입장과 의견을 받아들이는 건 필요하지만, 때로는 감독으로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허 감독은 코치 시절 무색무취의 이미지가 강하다. 타격지도를 할 때 자신의 이론에 앞서 선수의 생각부터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태도는 분명 소통이다. 하지만 그 지점에서 한발 더 들어가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다. 선수 스스로 찾아와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소극적이다.
구단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다. 현재의 롯데는 베테랑 입김이 강한 구단이다. 소통형 지도자가 선수의 기분을 맞춰주기 급급하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묘연하다. 올시즌 바닥을 찍은 롯데는 탈피의 수준을 벗어나 뼈부터 다시 맞춰야 하는 환골탈태의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허 감독이 이전 보여준 소통방식으론 베테랑 중심으로 돌아가는 구단의 이전 모습을 벗어나기 어렵다.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지도자는 더 멀리 바라보고 균형잡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허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운영과 편견없는 선수기용으로 롯데가 롱런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일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롯데가 원하는 감독상은 이젠 평범해진 데이터 야구와 편견없는 야구가 아니다. 그런 기본 뒤에 숨어선 곤란하다.
롯데는 베테랑 뿐 아니라 프런트의 입김도 강하다. 하지만 사령탑라면 언제 물러나더라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선제적인 행동과 과감한 기용이 필요하다. 안전주의는 실패 확률이 적지만, 그만큼 앞으로 나아가려는 진화의 발목을 잡는다. 야구계 속설로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있다. 허 감독은 자신만의 뚜렷한 야구철학을 선수단에 밝히며 항로를 제시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소통형 지도자는 반기지만 구단과 선수의 기분을 맞춰주는 꼭두각시가 되면 곤란하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