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률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연기적 갈증이 항상 컸어요. 지금도 그게 저를 움직이게 하죠.”

신인 배우 장률(31)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페셜 2019’의 세 번째 작품 ‘렉카’에서 장률은 이태선과 함께 리얼한 렉카 액션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렉카’는 사설 렉카 기사 태구(이태선)가 납치 사건을 목격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국내 최초 렉카 액션극. 장률은 대기업 3세의 수행 비서이자 의심스러운 검은차를 타고 다니는 의문의 남자 ‘김도훈’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더했다. 특히 장률은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자동차 추격전뿐 아니라 속을 알 수 없는 김도훈의 모습을 다채로운 표정 연기로 소화했다.

실제로 만난 그에게선 드라마 속 섬뜩한 미소와 살벌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한마디 한마디 차분하고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에서 그의 세심한 성격이 묻어났다. 장률은 ‘렉카’에 대해 “단막극이다 보니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작품, 좋은 연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의 흔적이 많이 보였던 작품”이라고 기억했다.

장률은 데뷔 후 첫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 액션스쿨을 찾아 연습하는 등 첫 주연작에 대한 열의 불태우기도 했다. 장률은 “무술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액션신이 처음인데도 편하게 촬영했다. 또 액션스쿨에 다니면서 사전에 연습도 많이 했다”면서 “특히 감독님께서 신인배우들에게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액션스쿨에서 연습할 시간도 충분히 주셨고, 카체이싱 장면에서는 동선을 지도를 보며 하나하나 함께 체크했다”고 밝혔다. 덧붙여 “배우에게 카체이싱 신에서 어려운건 동선 안에서 연기해야 하는 순간들인데, 동선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어떤 연기를 해야 하는지 예상하기 쉽기 때문에 현장에서 헤매지 않고 연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태선과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태선 배우와 굉장히 친해졌다”며 이태선에 대해 “참 맑은 영혼이다.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능력이 있는 친구다. 작품과 관련해서도 많이 소통했지만 일상 얘기도 참 많이 했다. 극 중에서는 대립되는 인물인데 현실에서는 신인배우로서 서로 의지했던 거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방송사 중 유일하게 ‘드라마 스페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KBS. 신인인 그에게 ‘드라마 스페셜’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에 장률은 “아직 경험이 짧아서 이렇다저렇다 할 순 없지만, 드라마 스페셜을 하며 느낀건 ‘한 부 짜리 드라마’, 한 회차로 완성되는 작품에 대한 매력이 컸던 거 같다”며 “물론 주어진 시간 안에 작품을 완성하고 몰입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생각은 있었다. 인물의 감정선이나 서사도 좀 더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남는다. 하지만 한회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몰두하는 에너지가 굉장히 좋게 느껴졌다. 신인배우로서 갖고 있는 연기적 갈증이 조금이나마 채워지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장률

2014년 연극 ‘킬롤로지’, ‘M.버터플라이’ 등으로 연기를 시작한 장률은 영화 ‘악질경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또한, 현재 방영 중인 SBS 수목드라마 ‘시크릿 부티크’에서 국제도시 게이트의 추악한 비밀을 손에 쥐고 고민하는 이주호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연극무대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넘어온 이유에 대해 묻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고민이 많았다. 당장 연기적인 갈증이 컸던 때라,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았던 연극 무대로 시작했던 거 같다. 운이 좋게도 좋은 배역을 많이 맡아가면서 연극무대에서 연기적 갈증을 풀어나갔다. 그러던 중 ’이렇게 연기생활을 계속하면 행복할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라고 운을 뗐다. 이어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도 여백이 있고 여유가 있어야 그 사람을 보게 되는 순간이 생기고 소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연극을 하고 무대에 설 땐 연기와 인물에 대한 고민들로 가득 차서 연기가 여유 있기보다는 빡빡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환경을 바꿔 현장성을 느낄 수 있는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서른한 살인 장률. 신인 치고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에게 조급함은 없었다.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다. 좀 조심스러운 성격인 거 같다. 늘 조심스러움을 갖고 사람을 대하려고 노력하고, 인물을 대할 때도 조심스럽게 대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신인배우로서 당차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길게 연기자 생활을 봤을 때 좋은 기질이라고 생각한다.”

올 한해 ‘아스달 연대기’부터 ‘시크릿 부티크’와 드라마 스페셜 ‘렉카’까지 연이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장률. 그는 김원석 감독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원석 감독님을 정말 좋아한다. ’나의 아저씨‘를 통해 처음 뵀는데, 조단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주시고 ‘아스달 연대기’에서 같이 하자고 해주셔서 감사했다”며 “감독님의 그 섬세함이 좋다. 감독님의 철두철미한 준비성이 빛나는 현장과 편안한 분위기, 집중력 등 모든 것이 놀랍고 편했다. ‘이건 이럴 것 같지 않아?’ ‘이렇게 출발 하는게 어때?’ 등 늘 대화 속에서 장면이 탄생한다. 어떻게 보면 이 모든게 아주 기본적인 것들일 수도 있는데, 사실 이런 기본적인걸 놓치고 가는 현장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영화감독 장률과 동명이인인 그는 이에 대해 “더 분발해야겠다”고 웃으며 “동명이인으로서 한번 꼭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 감독님 작품에 나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영광이다”고 바람을 밝혔다.

현재 장률은 여러 작품들을 만나며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장률은 “배우는 누군가에게 선택받는 직업인 거 같다. 그 안에서 무언가를 선택해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는데 무엇이 주어질진 모르겠지만 제게 주어진 것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싶다”며 “다양하게 연기하는 배우 되고 싶다. 밝고 어둡고 착하고 악하고 다양한 양면성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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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