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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지석기자]블락비 박경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음원 사재기 의혹’의 불씨를 재점화시켰다. 2018년 이후 이를 둘러싼 논란의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는 양상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지, 의미있는 담론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신곡을 발표한 박경은 자신의 개인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는 가수들을 공개 저격한 모양새였다.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이는 가수들의 실명을 언급한 건 박경이 처음이다.
하지만 사재기 논란에 대해 동료 가수들의 의혹 제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가수 박진영은 지난 2015년 방송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고, 로꼬는 지난 2월 ‘오랜만이야‘ 가사를 통해 “돈으론 뭐든 사재끼지 조작이 가능해, 내 친구도 제안받은 적 있고 그걸 작업이라 부른대”라고 언급했다. 최근 딘딘도 최근 출연한 라디오를 통해 “요즘 사재기가 많아 차트가 콘크리트라고 불린다. 뚫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을 정도로, 일반 대중 뿐 아니라 가수들에게까지 ‘사재기 논란’이 공론화돼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의혹은 단순히 의혹에 그쳐왔다. 지난 2018년 숀과 닐로의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일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에 나섰지만 “데이터 분석만으로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고 결론을 내기는 어려웠다. 음원의 경우 출판업계 사재기와 달리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의혹을 명확하게 밝히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박경의 발언은 음원사재기의혹과 관련한 ‘소신발언’, ‘공익제보’처럼 비춰졌지만 곧바로 소속사를 통해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가요계 전반에 퍼진 루머에 근거해 사실관계 확인 없이 발언한 것” 등의 표현을 쓰며 사과 의사를 전했다. ‘실명’이 공개된 바이브, 임재현 측은 의혹을 일축하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책임을 묻고 법률검토를 통해 강경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가요관계자는 “가요계에 사재기 논란에 대한 의혹이 팽배한 건 사실이고, 문제가 있다면 공론화도 중요하지만 사실 관계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아님 말고’ 식으로 특정 아티스트의 실명을 공개하는 것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행위”라며 박경의 ‘경솔한 발언’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내에서 음원 사재기는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6조에 따라 불법이다. 그러나 아직 검찰, 경찰 등 수사 기관의 조사 움직임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 가요관계자는 “문체부는 행정기관의 한계상 조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 의혹이 풀리려면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 기관이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도 “피해자가 있어서 고발을 해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지만 이 의혹에선 명확한 피해자가 없다. 제3자가 고발할 순 있지만 명예훼손 등의 우려가 있다. 이 의혹에 대한 고발인이 없어 경찰이나 검찰 조사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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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경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