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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밀실 행정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KLPGA 김상열 회장의 그늘에 숨어 조직을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강춘자 이사(전 수석부회장)의 거취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계권료만 수 십억원에 달하는 KLPGA 투어의 위상을 고려하면, 마케팅 자회사인 KLPGT 신임 대표 이사 자리에는 마케팅 전문가가 앉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미국, 일본과 함께 세계 3대투어로 불릴만큼 규모가 커졌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세계랭킹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위상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데 최근 골프계에는 강 이사가 KLPGT 신임 대표 이사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미 28년간 협회 운영 실권을 장악해 조직을 사유화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회원들의 요구로 지난달 6일 열린 KLPGA 대의원 총회에서 수석부회장직을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실권 장악 야욕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돈다. 실제로 당시 총회에 참석한 회원은 “강 이사가 ‘아직은 내가 협회에서 할 일이 많다’는 말로 실권을 쥐고 가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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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을 들여다보면, 이런 소문이 정설로 여겨지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우선 KLPGA는 지난달 28일 저녁에 KLPGT 대표이사를 공모한다고 공고했다. 언론에 따로 알리지는 않고, 협회 홈페이지에 공고형식으로 게재한 게 전부다. 더욱 이상한 점은 공모 기간이다. 석가탄신일이던 지난달 30일부터 어린이날인 지난 5일까지는 올해 최대 황금연휴로 꼽혔다. 노동절에 주말이 겹쳐, 사실상 정상 근무일은 4일 하루에 불과했다. 언론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알리지 않으면, 매일 밤낮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소수 인원만 인지할 만 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KLPGA가 게재한 공고에는 모집기간을 5월 4일부터 6일까지로 못 박았다. 공고 시점 이전부터 사실상 KLPGT 신임 대표이사를 내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이번 공모에는 KLPGA 회원과 전문경영인, 방송국 간부 등 14명 가량 지원했다. 강 이사도 지원서를 제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는 16일 이사회에서 KLPGT 새 대표이사를 임명할 예정이라 결과에 관심이 모인다. 선출방식도 서류와 면접을 거쳐 이사회 승인만 하면 된다. 만약 강 이사가 시나리오대로 새 대표이사로 선임되면 공모 자체가 요식행위였던 게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다. 이미 강 이사의 측근들이 KLPGA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골프계를 둘러싼 흉흉한 소문이 현실화 되는 것도 시간 문제라는 게 골프인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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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KLPGA 회장이 외부 인사이기 때문에 KLPGT는 내부 인사로 채워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KLPGA 회원 중 마케팅 전문가를 자처할만 한 인물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대유행(팬데믹)이 지나가고 나면 새로운 일상(뉴 노멀)이 찾아올 텐데, 시대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춰야 KLPGA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다. KLPGT 신임 대표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일종의 마케팅 자회사 ‘오너’가 되는 것이라, 억대 연봉을 받는 실질적인 수장의 지위를 누릴 수도 있다. 밀실행정으로 가볍게 선임할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사유화 된 체육단체는 공멸의 길로 빠르게 떨어진다는 사실을 그동안 숱한 사례로 증명됐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