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키움 서건창, 2루 안착이요~
키움 히어로즈 서건창(오른쪽)이 슬라이딩으로 2루에 안착하고 있다. 고척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2020시즌 도루왕 레이스가 흥미롭다. 전통의 강호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신흥 강자들이 순위표 상단을 차지했다. 예측불가라 더 흥미진진한 대도(大盜)판도다.

올시즌(4일 기준) 도루 부문 5위권을 형성한 선수 중 지난해 도루 5위 안에 든 선수는 2명 뿐이다. 지난해 도루 2위 김하성(키움·33개)과 공동 4위 오지환(LG·27개)이 올해 각각 5위와 4위에 올라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1위부터 3위는 지난해와 비교해 싹 바뀌었다. 서건창(키움)과 심우준(KT·이상 12개), 애런 알테어(NC·10)가 1위부터 3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빠른 발은 인정받았지만 그간 순위표에선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서건창과 심우준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고, 공수주 모두 되는 만능 선수로 발돋움한 알테어가 도루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서건창의 약진이 눈에 띈다. 사실 서건창은 2012시즌 2위, 2014시즌 3위에 오를 만큼 도루 능력이 뛰어났지만 2015시즌 두산전에서 왼쪽 후방 십자인대를 부상한 뒤 도루가 급감했다. 워낙 큰 부상을 당한 터라 재발 방지를 위해 도루 시도 자체를 자제했다. 2014시즌 48개의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던 서건창은 부상한 2015시즌부터 2019시즌까지 5시즌 동안 총 69개의 도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달라졌다.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비시즌 부단히 노력했고, 부상 여파를 완전히 떨쳐냈다. 적극적인 베이스 러닝을 펼칠 것을 다짐한 서건창은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도루 성공률도 80%(15/12)로 굉장히 높다. 부상 여파로 사라졌던 서건창의 강점이 올시즌을 기점으로 되살아났다.

[포토]2루 훔치는 KT 심우준
1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와 롯데의 경기 5회초 무사 KT 1루 주자 심우준(오른쪽)이 SK 유격수 김성현의 포구에 앞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oul.com

심우준은 올시즌 리드오프로 출발했지만 기대에 못미치며 현재는 하위 타순으로 내려간 상태다. 하지만 심우준의 ‘발’엔 슬럼프가 없었다. 누상에 나가면 적극적으로 도루를 시도해 상대 배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최근 5경기에서 4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출루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지만 일단 나가면 상대 배터리가 신경쓰게 만드는 까다로운 주자로 변모한다. 배트가 아닌 발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심우준이다.

[포토]NC 알테어, 공보다 빨리!
NC 알테어가 14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경기 8회말 무사 3루 상황에서 KT 이상화를 상대로 1타점 적시타를 친 뒤 KT 2루수 박경수의 태그에 앞서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창원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알테어는 외국인 타자로는 유일하게 도루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토종 선수들이 주름잡고 있는 도루판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12번 도루를 시도해 10번을 성공하며 83.3%의 높은 도루 성공률을 기록 중인 알테어의 발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올시즌 51경기에서 14개의 홈런을 때린 알테어는 지금의 페이스라면 KBO리그 데뷔 시즌 20(홈런)-20(도루)도 충분히 달성 가능할 전망이다.

KBO를 대표하는 ‘대도’ 박해민(삼성)과 지난해 도루왕 박찬호(KIA)가 6개로 공동 13위에 처져있는 가운데, 프로 데뷔 후 첫 도루왕을 노리는 서건창과 심우준, 그리고 KBO리그 첫 외국인 도루왕을 겨냥한 알테어가 흥미진진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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