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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예산군 대치리 주민들이 예산군청 앞에서 ‘세탁공장 설립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제공 | 대치리 주민대책위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대치천이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

국내 청정온천지역으로 손꼽히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인근 마을에 세탁공장 설립이 추진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식수고갈, 수질오염 등 생존권 위협을 근거로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성난 민심이 결국 법적 소송으로 이어졌다. 도심·시골 구분 없이 무분별한 세탁공장 설립으로 인해 전국 방방곳곳에서 악취, 폐수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어 이번 세탁공장 설립 허가 취소 소송의 결과가 좋은 선례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치리 주민들은 지난달 30일 대전지방법원에 예산군을 상대로 ‘세탁공장 건축허가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익소송 형태로 진행되는 이번 소송은 법률사무소 엘앤에스와 법무법인 숭인이 맡았으며 주민 220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세탁공장 운영으로 인한 대치리 주민들의 식수고갈과 대치천 생태계 오염 등 생존권 △예산군의 형식적, 절차적 위법성 △인허가 과정에서 예산군과 세탁공장 사업주 사이의 부정한 결탁관계 유무 등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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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리 주민들은 지난 4월부터 예산군의회 앞에서 릴레이 형식으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제공 | 대치리 주민대책위

세탁공장이 들어선 대치리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은 지하수다. 지금도 지하수 부족으로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세탁공장은 하루 45톤의 지하수를 사용한다는 계획서를 예산군청에 제출했다. 세탁공장이 운영돼 매일 45톤의 지하수를 사용할 경우 결국 대치리 주민들의 식수, 농업용수 고갈은 시간문제로 생존에 심각한 위협이 있음에도 예산군청이 이를 허가해 준 것이다. 또한 세탁공장의 위치가 덕산온천의 젖줄인 대치천 최상류에 인접해 있어 이곳에서 배출되는 폐수로 인해 대치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상황이 예상됨에도 예산군청은 주민 의견을 듣거나 하는 기회도 없이 형식적인 서류절차만으로 세탁공장 설립허가를 내줬다.

소송을 담당하는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류문호 변호사는 “예산군청은 행정절차법 제22조 제3항에 따라 지역 주민들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줘야함에도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면서 “또한 지하수법 제7조와 8조를 보면 지하수를 개발·이용하려는 자는 사전에 지자체장 허가를 받고 전문기관이 작성한 지하수영향조사서와 같은 서류를 제출할 의무가 있음에도 예산군청은 서류와 기준 충족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절차적, 실체적 위법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산군청이 이러한 절차상의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세탁공장 설립허가 과정에서 사업자가 서류상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인허가 과정에서 군청(직원)과 세탁공장 사업주 사이에 부정한 결탁관계가 없었는지 여부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원고(주민)측은 소장에서 “원고들에게 지하수가 갖는 의미는 매우 중대하다. 가정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도 지하수를 식수로 제공하고 있으며 지하수 사용을 위해 관정을 설치하고 재산세도 납부하고 있다. 원고들에게 지하수란 천혜의 자연환경일 뿐만 아니라 생존 그 자체”라고 밝힌 뒤 “그러나 피고(예산군수)는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지위에 있으면서도 세탁공장의 설치와 가동으로 예상되는 문제점을 간과했다. 마을주민과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으며 몇 년 후 상수도를 설치해 주겠다는 등의 현실성이 없는 대안으로 원고들을 회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의 공장허가로 인해 순식간에 생활터전의 침해를 받게 됐으니 피고의 건축허가처분을 취소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