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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정리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스포츠서울 이선율기자]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에서 내부적 문제가 연일 터져나오며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직원 605명을 정리해고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고발당하면서 재매각 추진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당장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는 유동성 위기 해소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재정리 및 인력 감축만으로는 경영 위기 극복이 어렵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지난 1분기 기준 자본 총계가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정부의 지원만이 위기를 타개할 유일한 창구지만 이마저 사정이 여의치 않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저비용항공사(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에 이스타항공은 빠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은행은 저비용항공사에 대한 1차 지원에서 2000억원을 투입했다. 당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계약 과정 중에 있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인수 금융 성격으로 제주항공에 1700억원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인수가 불발되며 없던 일이 됐다. 정부는 이스타항공이 지원받으려면 전향적인 ‘플랜B’를 마련해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 3월을 시작으로 전 노선 운항을 중단한 탓에 매출은 제로상태인데다 코로나19로 운항을 재개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이스타항공 임시 주주총회<YONHAP NO-2670>
지난 9일 오전 강서구 이스타항공에서 관계자가 임시 주주총회 입장 제한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근로자 600여명의 정리해고 과정에서 사측과 노조와의 마찰도 최고조에 달했다. 이스타항공은 기업 3~4곳과 사모펀드들을 접촉하며 재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700여명의 인력감축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스타항공 경영진은 지난달 18일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 율촌, 흥국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후 인수자를 찾는 중이다. 사측은 인력구조조정만 순조롭게 진행되면 재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노조측은 8개월째 임금체불도 해결해주지 않는 등 생존권 보장없는 해고는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난감해하는 입장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스타항공의 605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체불임금과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고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는 이스타항공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7월1일자로 이스타항공의 등기이사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이 사재 출연을 하는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이상직-이스타 비리 의혹 진상규명특위’가 나서서 이상직 의원을 횡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카드사들도 이스타항공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항공권 결제와 관련해 취소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와 관련한 손실처리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 KB국민, 롯데 카드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또는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에 취소된 항공권에 대한 환불금을 카드사에 지급하라는 명령을 이스타항공에 내려달라고 신청했다.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지난달 중순경 이스타항공에 항공권 환불금을 반환받기 위해 지급명령 신청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우리카드 등의 카드결제를 대행하는 비씨카드도 법적 절차를 준비 중이다. 이스타항공은 이 같은 지급명령 신청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질 전망이다.

제주항공과 계약금 반환을 놓고도 소송이 예고돼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계약금 115억원과 대여금 100억원 등 총 225억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이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스타항공은 계약서상 선행조건을 모두 이행했으며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반박했다. 또 이스타항공은 지난 9일 임시주총 개최에 이어 향후에도 계약이 아직 유효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계속 임시주총을 소집한다는 계획이다.

melod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