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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 도루 부문 1, 2위에 올라있는 박해민(위)과 심우준. 스포츠서울 DB

[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대도(大盜) 전쟁도 끝까지 간다.

최근 KBO리그에서 도루의 가치가 감소했다고 하지만 도루 전쟁은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돼왔다. 올시즌도 마찬가지다. 각 구단에서 발야구에 자신감을 갖춘 선수들이 각축전을 벌였다.

잔여 경기 일정에 돌입한 현재 2020시즌 도루왕 전쟁은 박해민(삼성)과 심우준(KT)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둘 모두 뛰는 데엔 일가견이 있는 선수인만큼 발야구의 훈장인 도루왕 타이틀 획득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20일 기준 박해민이 32개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심우준이 30개로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최초 5년 연속 도루왕 등극에 도전장을 내민 박해민은 전반적인 성적 부진으로 24도루(리그 7위)에 그치며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다. 올시즌에도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서 많은 도루를 하진 못했지만 6월부터 타격감이 올라가면서 출루율도 높아졌고, 도루왕을 향한 본격 행보도 시작됐다. 6월 4개의 도루를 성공한 것으로 시작으로 7월 5개, 8월 6개, 9월 7개로 매달 도루 갯수를 늘려나갔다. 10월에도 19경기에서 벌써 8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허삼영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박해민의 발에 전혀 의심을 갖지 않는다. 일단 나가면 도루 여부는 전적으로 박해민의 판단에 맡긴다. 박해민도 올시즌 70%가 넘는 높은 도루 성공률로 벤치의 신뢰에 부응하고 있다.

박해민의 대항마 심우준은 KT의 발야구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이미 지난해 기록(24개)을 훌쩍 뛰어넘어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심우준에게 남은 목표는 도루왕뿐이다. 올시즌 비교적 낮은 출루율(0.287)에도 30도루 고지에 오른 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 때문이다. 박해민과 마찬가지로 심우준도 항상 ‘그린라이트’가 켜져있다. 상대 배터리가 심우준의 도루 능력을 인지하고 있어도 견제하기 쉽지 않다. 올시즌 도루 성공률(73.2%)이 이를 증명한다. 심우준 역시 9월 6개, 10월 8개로 도루왕을 향해 피치를 올리고 있다.

잔여 경기를 놓고 봤을 때 KT가 삼성보다 2경기를 덜 치렀다. 경기 출전 기회가 더 많이 남은 심우준이 유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해민의 최근 타격감과 도루 페이스를 보면 섣불리 심우준의 손을 들어주기도 어렵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순위 경쟁처럼 대도 경쟁도 시즌 끝까지 가야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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