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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축구 참 어렵네요.”
전북 현대 벽을 넘지 못하며 또다시 쓰라린 패배를 떠안은 그날 밤. 울산 현대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며 쓴소주 몇 잔으로 허탈한 마음을 달랬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하향 조정으로 모처럼 7000여 관중을 불러놓은 가운데 당한 패배여서 더 속이 상했다. 25일 ‘현대가 더비’가 열린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유럽 빅리그 분위기 못지않았다. 울산 시민들이 유효 좌석 80% 이상을 가득 메운 가운데 15년 만에 리그 정상을 꿈꾸는 ‘김도훈호’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특히 양 팀이 전반부터 리그 1~2위 팀다운 양질의 경기력으로 팬을 더욱더 신명나게 했다. 육성 응원은 없었지만 양 팀의 화끈한 퍼포먼스, 여기에 팬의 박수가 어우러져 흡사 유럽 빅리그 경기장에 온 듯한 기분이 느껴졌다.
하지만 후반 18분 예기치 않은 김기희의 헤딩 실수로 전북에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자 울산문수경기장은 탄식으로 가득했다. 막판까지 7000여 관중은 물론, 울산 프런트 대부분이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동점골을 기도했으나 끝내 터지지 않았다. 비기기만 해도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을 수 있었던 울산은 0-1로 패하며 3개월여 만에 전북에 선두를 내줬다. 아직 끝난 싸움은 아니지만 울산의 우승 도전은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바뀌었다. 내달 1일 광주FC전에서 반드시 이기고 전북이 대구FC에 져야만 재역전 우승이 가능하다.
김광국 단장 등 울산 고위 관계자도 눈시울이 살짝 붉어질 정도로 모처럼 찾은 홈 팬에게 라이벌전 승리를 안기지 못해 비통해했다. 그러면서도 광주전이 남은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선수단에 던졌다. 울산 관계자는 “우승 가능성이 줄어든 건 맞지만 공은 둥글고 당연히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실망한 선수단에 더 용기를 주고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은 지난해부터 전북 못지않은 통 큰 투자로 성적은 물론, 리그 흥행에 커다란 불을 지폈다. 투자한 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통해 갈수록 지갑을 닫는 타 팀의 투자 유도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결과적으로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지향하는 데 2년 연속으로 허망하게 우승컵을 내줄 위기에 처했으니 실망스러운 마음은 당연하다.
물론 현대가더비 전패로 얻은 교훈도 명확하다. 올 시즌 스쿼드만큼은 전북보다 울산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우승 경험을 지닌 전북의 승부처 경기 운영은 돋보였다. 특히 승부처 경기는 코치진 전술 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전북은 오랜 기간 팀에 몸담은 김상식 코치와 베테랑 이동국이 중심이 돼 결속력을 꾀한다. ‘알아서 척척’ 돌아가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다만 울산은 투자 규모는 늘렸지만 잦은 선수단 변화로 내부 구심점이 약한 편이다. 우승 도전을 떠나 울산이 향후 1군 스쿼드를 운영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느끼게 한 시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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