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소형준 \'1차전 승리를 위하여\'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고척=스포츠서울 서장원기자] 99% 선택. KT의 플레이오프 1차전 소형준 깜짝 선발 카드는 틀리지 않았다.

소형준은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2이닝 3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해 13승(6패)을 따내며 류현진 이후 최고 수준의 신인 투수 탄생을 알린 소형준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실력으로 일각의 우려를 완벽하게 씻어내며 왜 자신이 올시즌 유력한 신인왕 후보인지를 입증했다.

소형준에겐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포스트시즌 등판도 처음이고, 심지어 경기가 열린 고척돔 등판도 처음이었다. 팀 동료 주권은 “고척돔이 유독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멀어보인다”면서 고척돔 마운드가 투수들에게 주는 불리함을 이야기 했다. 이제 갓 프로 무대에 데뷔한 루키에겐 모든 것이 낯설었고, 압박감으로 다가올 터였다. 하지만 ‘강심장’을 장착한 소형준에겐 이 모든 것이 남의 나라 얘기였다.

1선발이라는 중책을 맡았다는 책임감만이 소형준을 감쌌다. 구속에서부터 느껴졌다. 이날 소형준의 투심패스트볼 구속은 스피드건에 148㎞까지 찍혔다. 구위로 찍어누르는 유형이 아닌 맞춰잡는 유형의 투수인 소형준이 150㎞에 육박하는 공을 던졌다는 건 그만큼 전력 투구를 했다는 의미다. 패스트볼의 위력이 배가되니 덩달아 결정구로 활용하는 패스트볼 계열 구종의 영향력도 배가됐다. 이날 소형준은 좌타자를 상대로는 컷패스트볼을, 우타자를 상대로는 투심패스트볼을 철저히 구사해 맞춰잡는 피칭을 했다. 빠른 구속에 무브먼트까지 더해진 소형준의 공은 언터처블이었다. 정규 시즌 소형준에게 약했던 두산 타선은 이날 만반의 준비를 하고 타석에 섰지만 스트라이크존 곳곳을 찌르는 소형준의 피칭에 맥없이 당했다.

[포토]플레이오프 1차전 5이닝 무실점 호투 펼치는 소형준
KT 선발투수 소형준이 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0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5회초 수비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땅볼 유도형 투수 소형준에겐 수비수들의 도움이 필수다. 이날 KT 수비는 2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대체로 안정감을 뽐냈다. 특히 1회초 선두타자 정수빈의 타구를 빠뜨리며 실책을 저지른 유격수 심우준은 이후 호세 페르난데스의 빗맞은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내는 호수비 곧장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고 소형준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7회초에는 소형준이 허경민에게 2루타성 장타를 허용했지만 좌익수 조용호의 정확한 송구로 2루에서 허경민을 잡아내 위기를 넘겼다. 호투하던 소형준은 투구수가 100개에 가까워진 7회초 2사 후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고, 주권으로 교체됐다. 주권이 오재원을 삼진 처리하면서 소형준의 실점은 기록되지 않았다.

KBO리그 포스트시즌 역사에서 고졸 신인 투수가 선발승을 거둔 것은 딱 두 번 뿐이었다. 1992년 롯데 소속이었던 염종석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리고 2005년 두산 김명제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각각 선발승을 거뒀다. 앞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 루키 이민호가 15년 만에 고졸 신인 포스트시즌 선발승에 도전했지만, 3.1이닝 만에 강판됐다. 소형준도 타선 침묵으로 선발승을 거두는 덴 실패했지만, 기대를 웃도는 피칭으로 올시즌 최고의 투수라는 걸 입증했다. 이날 소형준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기 후 소형준은 “경기 전부터 떨리거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담담하게 (장)성우 형 사인대로 미트만 향해 던지려고 했다. 오늘은 팀이 아쉽게 져서 속상하지만 또 던질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아쉬움 속에 다음을 기약했다.

소형준의 호투는 KT뿐만 아니라 야구국가대표팀에도 호재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 수년 간 국가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모두 왼손 투수다. 오랜 기간동안 오른손 에이스 기근에 시름했던 국가대표팀에 소형준의 등장은 경사나 다름없다.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최강의 대표팀을 꾸리기 위해 KBO리그를 지켜보고 있는 김경문 감독에게 소형준은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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