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유려한 실력 위에 한국형 감성을 얹는다. 발음이 조금 정확하지 않다는 것 빼곤 노래 잘하는 한국인 그 자체다.


화면 속 유쾌함 그대로 그는 해사한 미소로 분위기를 밝게 이끌었다. 비타민 같은 에너지가 마스크를 뚫고 나와, 이런 힘이라면 세상을 어둡게 볼 일도 거의 없겠다 싶었다. 스스로도 자신을 "긍정적"이라고 수식했다. 이번 주인공은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인 유튜버를 꼽으라면 세 손가락 안에 들 그렉(38)이다.


그렉의 한국행은 미국에서 일종의 번아웃을 느끼자 지인이 외국행을 권유해 이뤄졌다. 긍정적 인상을 느낀 한국을 선택했고 어느덧 14년째 살게 된 것이라고. 한국에 와서도 평범한 강사였지만 한국 친구들의 추천으로 2012년 KBS1 '전국노래자랑'에 나가면서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임재범의 '너를 위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커버하면서 한국적 정서도 녹여 화제를 모은 것. 한국 감정을 체화한 외국인이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화제성이 이어지며 Mnet '슈퍼스타K6',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채널A '보컬플레이' 등 방송에 연이어 출연하며 자신을 또렷이 알렸다.



인지도가 올라감에 따라 취미로 시작했던 유튜브도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로 케이팝이나 팝송 등을 커버하고 있으며 최근 구독자 60만 명을 돌파했다. 그렉은 "매주 업로드하기 시작한 건 2019년경 부터다. 10만 뷰가 나오더니 100만 뷰까지 나오니까 너무 신기했다. 발음 교정까지 하면 한 곡을 3~4일 동안 연습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어렵지만 재밌다"라며 웃어 보였다.


요즘 흠뻑 빠진 노래는 무엇인지 묻자 "특히 방탄소년단과 마마무 노래를 자주 듣는다. 최신 노래도 좋아하지만 옛 감성이 담긴 곡도 많이 듣는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도 자주 듣고, 특히 이선희 노래를 좋아한다"라고 이야기했다. 꾸준한 성장세의 비결도 물으니 "저는 항상 미소짓고 있다. 제 나름 걱정거리도 많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늘 밝아서 이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튜버로서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는 "기쁨을 줄 수 있을 때"를 꼽았다. "최근 고등학생 구독자가 학원을 다닐 형편이 안 되서 혼자 공부를 했는데도 전교 1등을 했다고 하더라. 제 음악을 듣고 힘을 냈다면서 사연을 보내왔다. 한국 학생들은 등수나 성적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 스트레스가 크다. 그걸 아니까 더 와닿았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삶의 궤적을 보면 원체 나서기 좋아하는 성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땐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누군가 노래를 시키면 거절했고 목소리도 작았다. 미국 지인들은 지금 저를 보면 '누구야?'라고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성격이 변화된 시점은 한국에 온 이후였다.


"어렸을 때 아버지께 가수하고 싶다고 했더니 반대하셔서 포기했다. 20년 정도 지난 후 한국에 오고 노래를 다시 시작하게 된 거다. 한국 친구들이 노래를 잘한다고 해줘서 자신감을 얻었다.(웃음)"



꿈을 막은 아버지에게 서운한 감정은 없었는지 물으니 그렉은 "그땐 이해를 못했지만 지금은 다 이해가 된다"면서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랬던 거다. 나중엔 가족 모두 제 한국 활동을 응원해줬고, 아버지는 제게 미안했다고 사과도 하셨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친구들에게도 제 채널을 추천하고 다니셨다"며 미소 지었다.


가족 이야기가 이어지자 그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고향가기 더 힘들어졌다"며 한숨을 푹 쉬었다. 그는 "2019년 여름에 간 후 아직 못 갔다. 어머니, 할머니와 영상 통화를 하는데도 그립다. 언제 오냐고 물으면 미안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SG워너비 김진호의 '가족사진'을 커버했는데, 가족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다. 코로나19 때문에 친구들이나 팬들도 만나지 못하니 더 눈물이 났나 보다"라면서도 "아! 저 마마보이는 절대 아니다"라고 농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그렉은 "어머니는 제 유튜브 영상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어디가 안 좋아 보이는지를 항상 체크하더라. 제가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 더 걱정을 하는 것 같다. 백신이 나왔으니 곧 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가족만큼이나 힘을 주는 한국 지인도 많아 든든하다. 8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가수 영탁도 그중 한 명으로, 두 사람은 JTBC '히든싱어'에 동반 출연한 뒤 진한 인연을 맺었다. 그렉은 영탁의 히트곡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는 "힘들 때 서로 도와주는 사이다 보니 정말 형제 같다. 같이 예능도 하는데 함께 방송을 하면 기분이 좋다. 모든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라며 "영탁이 더 잘 될 줄 알았다. 팬들이 더 많아져서 저도 기쁘다"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끝으로 그렉은 "앞으로도 유튜브를 열심히 운영하면서 커버곡 뿐 아니라, 제 곡도 더 발표하고 싶다. 방송 활동도 열심히 할 테니 지켜봐 달라. 구독자분들 모두 행복하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SNS핫스타]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된 인물을 집중 조명하는 코너로서, 페이스북 'SNS핫스타' 페이지를 통해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사진ㅣ이게은기자 eun5468@sportsseoul.com, 그렉 유튜브 채널, 그렉·영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