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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더 이상 투수만 나오는 팀이 아니다. 이제는 타자들도 내부경쟁을 뚫고 중심으로 자리잡는다. 지난해 홍창기(28)가 그랬고 올해는 문보경(21)이 그렇다. 둘 다 더할나위 없는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 타선 반등을 이끈다. LG가 투수의 팀에서 타자의 팀으로도 진화하고 있다.
숫자만 봐도 둘의 비중이 묵직하게 드러난다. 올해 홍창기는 지난 27일 대구 삼성전까지 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3 3홈런 13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14를 기록하고 있다. 팀내 OPS에서 채은성(0.925)에 이은 2위이며 리그 전체 외야수 중 3위다. 즉 홍창기보다 높은 OPS를 기록 중인 외야수는 키움 이정후(0.937)와 채은성 밖에 없다.
지난해 출루율 0.411을 기록하며 LG의 새로운 리드오프로 떠오른 홍창기는 올해 더 날카로운 선구안과 스윙을 앞세워 특급 외야수로 올라섰다. 타율은 물론 출루율(0.411→0.477)과 장타율(0.417→0.438)까지 고르게 상승했다. 이제 홍창기 없는 LG외야진은 상상할 수도 없다.
홍창기만 성장하는 게 아니다. 프로 입단 3년차에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고 있는 내야수 문보경 또한 매 경기 놀라움을 선물한다. 지금까지 41경기 147타석을 소화한 문보경은 타율 0.275 7홈런 22타점 OPS 0.915를 기록했다. 규정타석에 도달하지 못했으나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중 팀내 OPS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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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OPS 0.900의 김현수와 채은성, 홍창기, 문보경 넷이 타선을 이끌며 득점력이 상승곡선을 그린다. 4월 경기당 평균 3.74점 밖에 뽑지 못했지만 6월에는 5.39점을 뽑고 있다. 마운드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승리 공식에 타자들의 폭발력이 추가됐다. 지난 27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선발투수 대결에서 완전히 밀려 4회까지 0-5로 끌려갔으나 5회부터 9점을 뽑아 역전승을 거뒀다.
주목할 부분은 홍창기와 문보경의 활약이 팀의 방향성과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LG 차명석 단장은 “단장으로 부임한 후 ‘눈 야구’를 타자 육성 모델로 삼았다. 지난해 많은 팀이 홍창기 트레이드를 요청했지만 늘 거부한 이유도 홍창기가 우리 방향성에 적합한 모델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 단장은 “황병일 2군 감독님과 어떻게 해야 타자들의 선구안을 키우고 좋은 타자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 지금도 꾸준히 얘기한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눈야구가 안 되는 선수는 안 된다. 2군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이해도부터 있어야 한다’였다. 처음에 홍창기가 그랬고 작년부터 문보경이 그렇다. 2군에서 출루율 0.450 이상 나오는 선수들이 1군에서도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올해 홍창기는 볼넷 59개를 얻으며 삼진 39개, 문보경은 볼넷 24개를 얻으며 삼진 26개를 당했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끈질기게 투수와 승부하며 자신의 존의 들어온 공은 장타로 연결시킨다.
방향이 정해진 만큼 앞으로 올라설 선수들도 뚜렷하다. 차 단장은 “이주형, 이영빈, 손호영, 김주성, 이재원 등을 우리 팀의 미래로 본다. 이들에게도 끊임없이 선구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야수진에 새 얼굴이 등장할 것을 예고했다.
LG는 암흑기에서 탈출한 2013년부터 ‘그래도 투수는 키우는 팀’이 됐다. 그런데 이제는 타자 육성에도 방향을 잡으며 선수층이 점점 두꺼워진다. 승리하면서 성장하는 이상적인 팀을 목표로 삼고 있는 LG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