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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6일 노스캐롤라이나와의 마지막 홈경기 후 부인 미키와 함께 코트에 들어서고 있다. 더햄(노스캐롤라이나주)|AFP연합뉴스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은 스포츠 천국답게 위대한 지도자가 많다. 프로보다는 대학 스포츠에 명감독들이 더 많은 편이다. 대학의 특성상 한 팀에서 오랫동안 감독 생활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6일 듀크 블루데블스의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 마이크 슈셉스키(75)도 1980년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이제 42년 만에 감독직에서 내려온다. 그의 영향력은 대학의 총장보다 더 컸다. 마지막 홈경기 이벤트엔 빈스 프라이스 총장도 참석했다. 슈셉스키는 연봉도 총장보다 높다. 듀크 대학에서 최고 연봉자는 슈셉스키다.

코치 K의 1980년 듀크 데뷔 때 연봉은 4만8000 달러였다. 그의 멘토인 인디애나 대학 보비 나이트 감독의 연봉이 50만 달러에서 75만 달러 사이였다. 2021~2022시즌 코치 K는 대학농구 사상 최고액인 970만 달러다.

그동안 많은 NBA 팀들이 코치 K를 영입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2004년 LA 레이커스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코치 K를 감독으로 원했다. 5년 4000만 달러에 구단 지분까지 주는 조건이었다. 이후 브루클린 네츠는 연봉 1200만~1500만 달러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코치 K는 듀크에 잔류하면서 대학농구 최고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코치 K는 “시작은 미미했지만 마지막은 창대했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노스캐롤라이나 더햄에 소재한 듀크는 사립명문이다. 아마데믹 수준은 아이비리그급이고, 입학은 더 어렵다. 대학의 1년 예산이 28억 달러며, 10억 달러를 연구비에 투자한다. 대통령(리차드 닉슨)을 배출했고, 15명 노벨수상자, 3명이 튜링상을 수상했다. 튜링상은 과학분야의 노벨상이다.

학문적으로 성취도가 높은 대학은 미국도 스포츠 분야가 약하다. 서울대학교가 스포츠에 전혀 관심이 없듯이. 특히 명문 대학은 풋볼, 농구, 야구 등 메이저 종목에서 취약하다. 수준급의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고교선수를 리쿠르트(스카우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명문 대학은 올림픽 종목에서 강하다. 이번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만 봐도 스노우보드 한국계 클로이 킴(프린스턴), 중국인으로 출전한 아일린 구(스탠포드), 피겨 남자 금메달리스트 네이선 첸(예일) 등 대부분 명문 대학 재학이다. 하버드와 예일은 조정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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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는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마지막 홈경기에서 라이벌 노스캐롤라이나에게 후반에 55점을 허용해 94-81로 역전패했다. 더햄(노스캐롤라이나주)|USA TODAY Sports연합뉴스

서부 스탠포드는 스포츠 전반이 평균 이상이다.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대학이다. 메이저 종목뿐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 2010년들어 풋볼이 메이저 볼게임에 출전하면서 CNN이 탐사취재까지 한 적이 있다. NCAA 규정(학문쪽)을 어기고 선수를 리쿠르트한 게 있는지를 살펴본 것. 탐사 결과 정상이었다.

아카데믹으로 정상급인 ‘듀크 농구’는 그런 점에서 매우 독특하다. 메이저 종목인 농구를 40년 이상 강팀으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마이크 슈셉스키가 이룬 업적이다. 1980년 코치 K가 부임하기 전 듀크는 NCAA 토너먼트에 통산 8회 출전했다. 우승은 한 번도 없었다. 준우승만 2회였다. 부임 후 NCAA 토너먼트는 거의 자동 출전이다. 42년 동안 올해 포함 36회다. 우승도 5번이다.

이미 후임 감독 존 샤이어가 내정돼 있지만 듀크의 포스트 슈셉스키 시대는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빛이 강하면 그늘도 깊은 편이다. 농구 명문 인디애나 대학은 2000년 명장 보비 나이트를 불미스러운 일로 쫓아낸 뒤 죽을 쑤고 있다. 강력한 카리스마의 나이트 감독은 학교의 불관용원칙에 따라 선수를 심하게 다뤘다고 해고됐다. 나이트 감독은 29년 동안 우승 3회, 파이널 포 5회 등 인디애나 대학을 농구 명문으로 끌어 올렸다. 그가 대학을 떠난 뒤 인디애나는 2002년 파이널 포 출전이 유일하다.

앞으로 듀크 농구가 어떻게 전개될지 매우 흥미로운 포인트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