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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잔디, 또 잔디.

K리그 개막 후 잔디 이슈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K리그1,2를 가리지 않고 잔디 문제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가 나온다. 최근에는 서울 이랜드가 목동에서 충남 아산과 홈 개막전을 치렀다 잔디 상태 때문에 잠실로 급하게 경기 일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단 한 경기만 치렀는데 잔디가 들려 제대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수준 미달이었다. 결국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서울 이랜드가 급하게 새 경기장을 찾아 떠나게 됐다.

◇서울 이랜드 사고는 왜 발생했나

서울 이랜드 잔디 사건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잔디를 새로 심은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잔디를 새로 깐 대전월드컵경기장도 아직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 그런데 원래 인조잔디를 쓰던 목동운동장은 올해 서울 이랜드 경기를 위해 지난해 11월 천연잔디를 깔았다. 11월이면 잔디의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시기다. 3월도 비슷하게 날이 춥고 찬바람이 부는 시기라 잔디의 활착(뿌리 내리는 것)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채로 개막을 한 게 화근이었다. 게다가 경기를 앞두고 비가 오는 바람에 잔디 상태가 더 나빠졌다. 비가 오면 토양 습기로 인해 잔디의 뿌리가 더 쉽게 들린다. 서울 이랜드에게는 운까지 따르지 않은 것이다. 서울 이랜드 관계자도 이 점을 인지해 경기가 어렵다고 서울특별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에 호소했지만 경기는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2~3월 개막은 잔디를 죽인다

우리나라 기후에서 잔디의 활착은 빨라야 3월 중하순, 늦으면 4월 초부터 이뤄진다고 한다. K리그 개막은 일반적으로 3월 초 시작한다. 올해에는 2월 중순 개막했다. 실제로 운동장을 쓰는 기간은 더 앞당겨질 때도 있다. 일부 팀은 개막 전 1~2주 전 경기장에서 실제 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잔디를 보호해야 할 시기에 K리그 경기장 잔디는 혹사된다. 뿌리를 내리지 못한 시점에 밟히기 때문에 이미 망가진 상태로 활착 시기에 들어간다. 당연히 잔디 상태가 좋을 수 없다. 그나마 활착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4~6월에는 컨디션이 괜찮지만 여름이 되고 비가 내리면 다시 나빠진다. 잔디도 결국 농사라 활착 시기를 잘 보내야 하는데 K리그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K리그 구단에서 잔디를 관리하는 한 관계자는 “잔디는 안 써야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K리그에서는 가장 중요한 활착 시기 전부터 망가져 있다. 당연히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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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구단 직접 관리가 이상적, 현실적 대안은 4월 개막

이상적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방법은 구단이 직접 잔디를 관리하는 것이다. 현재는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 시설공단이나 관리사업소에 의존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의 문제에 직면해 원하는 대로 방향을 잡기 어렵다. ‘공무원 마인드’의 운영 주체는 형식상으로만 관리할 뿐 세밀하게 신경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라면 관리 주체에서 최선을 노력을 다하는 것에서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최근 FC서울 홈구장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토양 교체까지 12~13억원의 거액을 들여 하이브리드 잔디로 전면 교체했다. 하이브리드로 잔디를 교체하면 추후 관리 인원이나 장비에도 추가 비용이 따르는데 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이에 필요한 비용이 수억원에 달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FC서울 경기 운영과 A매치 등의 유치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했다. 조경팀 직원만 6명이 전담해 잔디를 관리한다. 문제는 K리그에 이 정도로 정성 들여 잔디를 관리할 팀이 없다는 점이다. 구단이 운동장을 소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시설공단이나 관리사업소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길 기대하는 것도 모두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일들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3월 말, 혹은 4월 초 개막안이 꼽힌다. 잔디의 활착이 이뤄지기 전까지 잔디를 보호하고 품질을 최대한 끌어올려 개막하면 그나마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가장 실행하기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잔디로 인해 경기 수까지 축소해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는 따른다. 스폰서, 선수 계약 등에 전면 변화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연상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그 방안은 아직 검토한 바는 없다. 다만 미래지향적인 방법을 택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쳐야 하는 게 우선이다. 경기 수를 조정하는 것보다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해 직접 관리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도자, 관계자 인식 개선도 필수

잔디 관리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잔디는 최대한 아꼈다가 경기에서만 쓰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지도자들은 적응을 위해 실제 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싶어 한다. 잔디가 망가지는 이유 중 하나다. FC서울의 경우 공단의 요청에 따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훈련을 하지 않는 방침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잔디 상태가 괜찮은 이유 중 하나다. 물을 뿌리면 무조건 좋다는 무지한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물을 뿌리면 볼 스피드가 살아 박진감이 넘친다고 하지만 잔디 상태를 악화시켜 경기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무작정 물을 뿌릴 게 아니라 잔디 상태를 봐가면서 해야 하는데 지도자, 감독관 요구에 따라 무지하게 물을 뿌리는 경우가 있다.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