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비상구’ 시작부터 달려온 마라톤 같은 작품

DIMF 첫 페어의 팀워크는 뉴 캐스트 합류로 ‘강철부대’

신인상보다 값진 선물…황홀함에서 미리 본 내일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학로가 다시 들썩였다. 2024년 대학로에 입성한 뮤지컬 ‘시지프스’가 일 년 만에 컴백, 초연의 흥행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극중극 형식의 작품은 배우들의 연극이고, 이를 4명의 배우가 실제 무대에서 완성한다.

뮤지컬 ‘시지프스’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스’와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결합한 작품이다. 폐허가 된 세상에 버려진 4명의 배우가 약속한 듯 한 장소에 모여 시지프스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돌’을 굴린다.

극에서 ‘돌’은 배우들에게 ‘이야기’이자 무대 위에서 살아내는 삶 그 자체인 ‘운명’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고행을 반복하는 시지프스의 삶과 배우로서의 인생을 유기적으로 엮어낸다. 이 때문에 배우들의 고뇌가 순간적으로 겹쳐 보일 수 있지만, 자신의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연기에 압도당했다는 호평이 더 많다.

작품의 파격적인 스토리와 연출, 폭발적인 넘버와 안무가 긴장의 소용돌이로 휘감는다.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이들만의 팀워크가 존재하기에 가능하다.

극중극 형식 덕분에 ‘언노운’ ‘포엣’ ‘클라운’ ‘아스트로’는 모두 일인다역을 연기한다. 이 중에서도 ‘포엣’ 역은 세대·공간초월, 젠더 프리 등 가장 많은 역할을 소화한다.

그 중심에 ‘포엣’ 윤지우(24)가 있다. ‘시를 노래하는 자’로서 등장하는 윤지우는 최근 스포츠서울을 만나 ‘시지프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배우들의 에너지와 미래지향점을 소개했다.

◇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최강 멤버’…동반성장 이룬 ‘자극제’

‘시지프스’의 시작은 2024년이다. 제18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이하 딤프)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 시상식에서 3관왕(창작뮤지컬상·아성크리에이터상·여우조연상)을 휩쓸며 그해 12월 대학로에서 정식 개막했다. 현재 같은 장소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았다. 하프마라톤까지 달려온 셈이다.

당시 여우조연상의 주인공인 윤지우는 뜨거웠던 여름의 첫 페어(임강성·조환지·이후림)를 “엄청 뜨거운 멤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장면을 만들어 나아갈 때 선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서 결과물을 만들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라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쫄지 마’”라고 덧붙였다.

재연에서는 기존 배우들을 비롯해 뉴 캐스트의 합류로 복잡미묘한 세계를 신비롭게 완성했다. ‘언노운’ 역 이형훈·송유택·강하경·조환지, ‘포엣’ 역 윤지우와 리헤이(본명 이혜인)·박선영, ‘클라운’ 역 정민·임강성·박유덕·김대곤, ‘아스트로’ 역 이후림·김태오·이선우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약간의 변화를 준 캐스팅이지만, 원래 합을 맞춰왔던 멤버들처럼 한 그룹을 결성했다. 윤지우는 “(리)헤이언니는 캐릭터를 수용하는 깊이가 다르다. 춤은 말할 것도 없고, 폭넓은 따뜻함과 해석을 배웠다”라며 신구조화의 시너지를 뽐냈다.

◇ 이방인 = 버림받은 자 → 자유인 = 배우

폐허 속 세상에 남겨진 네 명의 배우.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연극은 복합적인 감정의 늪으로 빠져든다. 극 중 ‘돌’은 배우들에게 ‘이야기’이자 무대 위에서 살아내는 삶 그 자체인 ‘운명’이 된다.

윤지우는 ‘시지프스’를 통해 “살아가는 태도를 배웠다. 살아낸다는 중요성이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작품은 그걸(어떤 상황이든) 살아내는 우리를 담아낸다. 그리고 살아내길 잘했다고 응원한다. 이는 감히 살아내라는 말이 아니다”라며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 아름답다는 세계관을 확장시킨 것이다. 처절하고 갈망하고, 딛고 올라가는 생명력과 용기의 절실함이다. ‘이방인’의 삶을 배우들을 통해 전달하는 게 바로 ‘시지프스’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윤지우의 삶에도 변화가 있었다. 바로 자신감이다. 윤지우는 ‘시지프스’의 색깔과 개인 취향이 달라 공연장을 찾지 않는 관객에게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라며 “관객들도 어떤 방향이든 좋으니, 일단 공연을 관람했으면 한다. 뜨겁게 즐긴다면 분명히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그리고 분명히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배우가 살아 숨 쉼을 느끼는 ‘그곳’…순간의 기억은 ‘삶의 동력’이 되다

윤지우는 지난 1월 제10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 신인상에 뮤지컬 ‘관부연락선’으로 노미네이트됐다. 비록 수상하진 못했지만, 그는 트로피보다 값진 선물을 받았다. 다른 후보들과 함께 오른 축하 무대의 감동이 삶의 동력으로 작용한 것. 그날의 공연은 윤지우의 첫 대극장 무대였기 때문이다.

시상식 리허설에서 본 텅 빈 객석마저 그를 압도했다. 본 공연 땐 오죽했겠는가. 관객들로 꽉 찬 모습에 매료된 윤지우는 “박주혁에게 ‘우리 여기(세종문화회관)서 공연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라며 “한번 (시상식에) 다녀오니까 황홀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맞다고 생각했다. 더 발전해서 달려보자고 다짐했다. 올해도 뜨겁게 살아보려고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자기 스스로 “욕망 있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윤지우는 “객관적으로 대본을 보다가도, 연기할 땐 순간의 감정이 북받쳐 올라 그 인물로 살아가는 느낌이다. 연기하는 게 단순히 내가 아니라, 행하고 수행해야 하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발짝 멀리 있는 걸 보고 분석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공연을 좋아하는 걸 부끄럽지 않게 할 자신 있다. 매 순간 치열하게 더 고민해서 뜨겁게 나아가겠다. 팬분들의 사랑을 배로 갚을 여정이 될 것”이라며 공연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했다.

뮤지컬계 데뷔 2년 만에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를 예고한 ‘시지프스’는 3월 8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