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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루키 문동주가 13일 롯데전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한화 이글스

[스포츠서울 | 대전=김동영기자] 한화 특급신인 문동주(19)가 점차 입지를 넓히고 있다. 입단 당시 기대치를 서서히 충족시키는 중이다. 혹독한 데뷔전이 약이 됐다.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도 중용을 시사했다. 거물다운 행보가 서서히 나온다.

2022년 한화 1차 지명자인 문동주는 계약금 5억원을 받았다. 역대로도 손에 꼽히는 거액이다. 고교시절 초특급이라 했고, 한화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했다. 서두르지 않았다. 충분한 담금질을 거친 후 지난 9일 1군에 올라왔다. 개막전부터 뛰고 있는 프로 입단 동기들과 비교하면 늦은 감이 있다.

첫 등판은 등록 다음날인 10일 잠실 LG전이었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문동주는 0.2이닝 4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으로 흔들렸다. 최고 시속 154㎞의 강속구를 뿌렸으나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으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당시 기억을 썩 유쾌하지 않았다. 17일 대전에서 만난 문동주는 “첫 등판 때는 생각과 달랐다. 딱히 긴장한 것은 없었는데 자꾸 맞으니까 당황스럽더라. 느낀 것이 있었다. 확실히 프로는 다르더라. 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첫 등판은 시행착오였다. 13일 롯데전에서 두 번째 등판을 치렀고, 7회 등판해 1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이후 15일 롯데전에서 다시 마운드에 섰다. 팀이 7-3으로 앞선 6회말 올라와 1이닝 1탈삼진 퍼펙트를 일궈냈다. 데뷔전 부진을 딛고 깔끔한 피칭을 선보였다.

문동주는 “첫 경기 이후 두 번째 등판부터는 내 자신을 믿고, 똑같이 던졌다.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변화구 제구도 됐다. 속구만 던지면 맞는다. 초구부터 변화구를 던지기도 했다. 결국 내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이 배우고 있다. 경기수가 적기에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경기를 하면서 감각이 올라오는 중이다. 1군에서 많이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다치지 않고, 1군에서 계속 뛰는 것이 목표다. 그러면서 더 발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장기적으로는 선발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실제로 선발로 시즌 준비를 했다. 수베로 감독 또한 문동주를 두고 “선발이 더 맞다”고 했다.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면서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를 불펜으로 한정하는 팀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일단 문동주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는 상황에서 나갔는데 특별히 다른 느낌은 없었다. 3번째 경기에서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감이 올라오고 있다. 보직은 내가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나는 지금 불펜도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입장에서도 문동주가 한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은 불펜이어도 된다. 장기적으로 선발로 가도 큰 문제는 없다.

한편 친구이자 라이벌인 김도영 이야기도 나왔다. 같은 광주 출신에 KIA의 1차 지명 후보였다. KIA가 문동주를 지명했다면 김도영이 한화 유니폼을 입을을 가능성이 높다. 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문동주는 “(김)도영이와 연락을 주고받는다. 서로 잘하자는 덕담을 한다. ‘나도 잘할테니, 너도 잘해라’ 이렇게 말하고 있다. 결국 서로 잘하자는 말을 하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현재 김도영은 타율 0.179에 그치고 있다. 시즌 전 기대치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다. 어차피 문동주도 데뷔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법이다. 장기적으로 KBO리그를 이끌어야 할 자원들. 선의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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