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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쥐약을 배달하려다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유튜버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로 형을 감경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양경승 부장판사)는 21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원모(34)씨에게 벌금 5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를 한 번 연기한 만큼 깊이 생각을 했다. 피고인이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과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도 피고인의 행동은 사회상규나 정당한 행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롱이라면 쥐덫이나 쥐 그림을 보내는 등의 방법도 있는데 굳이 사람들이 가장 꺼리는 ‘약’을 보낸 점을 보면 일반인들이 겁을 먹을 수 있다”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형량을 좀 깎아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원씨는 2019년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 전 대통령 사저에 쥐약을 전달하려다가 경찰에 제지당하자 택배로 배달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경호관이 택배 내용물이 쥐약인 것을 확인하고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한 뒤 버려 실제 쥐약이 이 전 대통령에게 배달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원씨 측은 재판에서 “정치 퍼포먼스에 불과했을 뿐 협박하려는 고의가 없었고 상자가 이 전 대통령에게 도달하지 않아 협박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8년3월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던 이 전 대통령은 2019년3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원씨는 이때 이 전 대통령에게 쥐약을 보내려 했던 것.
이후 이 전 대통령은 2020년2월 진행된 2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고 재구속됐고, 같은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과 벌금 130억원이 확정됐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건강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6월28일 형집행정지 3개월을 받고 풀려나 쥐약이 배달됐던 논현동에서 요양 중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친이계가 약진하며 오는 8월15일 광복절 특사로 이 전 대통령이 출소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 사적채용 농단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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