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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성남=정다워기자] K리그는 성남FC를 위해 하나가 되고 있다.
주말 열린 K리그 복수의 경기장에서는 성남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자리했다. ‘STAY 성남’이 대표적 문구였고, ‘연고 이전 반대’ 등의 메시지가 등장했다. 성남과 관계 없는 K리그 팀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풍경이었다.
성남은 현재 외풍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이 축구단을 그릇된 시선으로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면서 해체, 연고 이전, 매각 등 여러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K리그 팬이 연대한 배경이었다.
성남과 수원FC의 경기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성남 서포터는 ‘성남FC의 연고 이전 및 해체를 반대한다’, ‘우리의 색은 정치색이 아닌 검정색’ 등의 걸개를 걸어 의사를 표현했다.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너희는 경기에만 집중해 팀은 우리가 지킬게’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상대인 수원FC 역시 성남을 응원하는 걸개를 들었다.
하나 된 마음으로 성남을 응원하는 분위기에서 중요한 게 바로 결과였다. 현재 최하위에 자리하고 있는 성남이 4연패를 당해 희망을 주지 못했다면 이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남은 알찬 경기 내용에 2-1 승리라는 결과로 응답했다. 김남일 전 감독이 물러나고 정경호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한 성남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90분 내내 공수 간격을 타이트하게 유지했고, 상대보다 한 발 많이 뛰는 축구로 전력의 부족함을 채웠다.
정 감독대행은 초보 사령탑답지 않게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성남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라인업으로 베스트11을 구축했고, 상황에 맞는 교체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뮬리치를 대신해 스트라이커로 들어간 팔라시오스가 결승골을 터뜨린 게 대표적인 용병술의 성공작이었다. 여기에 코너킥을 허용할 때 공격수 세 명을 하프라인에 배치해 상대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게 하는 등 디테일한 전략으로 수원FC를 혼란스럽게 했다.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성남이지만 이 경기에서 희망을 쐈다. 정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책임감으로 똘똘 뭉쳤다. 끝까지 싸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가 팬에게 감동을 드려야 하는데 팬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셨다. 가슴에 와닿았다. 선수들도 그랬을 것이다. 팀을 지키려는 팬에게 감동을 드려야 한다”라며 반전을 약속했다.
성남에게는 아직 10경기가 남아 있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성남이 계속해서 이렇게 투지 넘치고 알찬 내용, 여기에 결과를 보인다면 축구단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구단주도 마음을 고쳐먹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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