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 체조 개인종합 금메달
지난 8일 울산 중구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여자일반부 개인종합에서 1위를 차지한 여서정(수원시청)이 금메달을 받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울산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이제 기술보다 마음가짐 아닐까요.”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51) 경희대 교수는 딸인 한국 여자 기계체조 ‘간판’ 여서정(20·수원시청) 얘기에 이렇게 말했다. 여 교수는 지난 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끝난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기계체조 여자 일반부에서 2관왕을 달성한 여서정의 경기에 중계방송 해설위원으로 나섰다. 대회 직후 만난 그는 “서정이가 지난달 국가대표 선발전 기간에 발목 부상이 있었다. 사실 지금도 상태가 안 좋은데 세계선수권이 얼마 남지 않아서 (경기 감각을) 익히는 차원으로 출전했다. 몸을 잘 끌어올린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따낸 여서정은 역대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도마에서 은메달을 딴 아버지 여 교수와 더불어 최초의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로도 거듭났다.

여서정은 실업 선수가 된 뒤 처음으로 전국체전에 출전했다. 8일 개인종합에서 금메달,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그는 이날 종목별 결승 4개 종목에 출전해 도마에서 금빛 착지를 했다. 발목 상태 등을 고려해 트레이드 마크인 ‘여서정 기술’ 대신 유리첸코(옆으로 손 짚고 뒤로 손 짚어 몸펴 뒤공중 720도 비틀기) 기술을 사용했다. 그는 13.733점으로 박신희(경기도청.11.700점), 손윤하(천안시청.11.567점)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우승했다. 또 마루에서는 12.633점으로 2위를 기록,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딸 여서정 경기 중계하는 여홍철
딸 여서정 경기 중계하는 여홍철. 울산 | 연합뉴스

연기 마친 여서정과 대화 나누는 여홍철
울산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현장에서도 딸의 경기를 중계한 여 교수는 이전보다 차분하게 바라봤다. 여서정은 오는 29일 영국 리버풀에서 열리는 제51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출격한다. 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메이저대회 시상대 진입을 노린다. 여 교수는 “아무래도 올림픽을 잘 치르면 부담이 크다. 나도 그랬다. 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다. 서정이가 요즘 매스컴을 타면서 더 그러지 않겠느냐”며 “세계선수권에 가면 주위에서도 ‘아 저 선수’하고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으로는 감독, 코치가 잘 지도해주고 계셔서 딱히 언급할 건 없다. 아버지로서 해줄 말은 ‘이제 레벨이 올라왔으니 할 수 있는 것을 잘 펼쳐보이라’고 강조한다”고 했다. 또 “(유명해지면) 어떤 선수는 시건방 떠는 경우도 있지 않느냐. 그런 건 절대하지 말라고 한다. 이제 기술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서정은 “전국체전 성과에 만족하고 세계선수권에 가기 전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든 종목 자세나 연결 동작 등을 보완해야 한다”며 “메달보다 후회 안 하도록 뛰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도쿄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우승한 신재환(24·제천시청)은 이날 은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 중 한동안 주저앉았다. 그는 공황장애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도 여러 심리적 압박감에 고통스러워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