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 선발나선 안우진[포토]
키움 에이스 안우진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역시나 강력했다. 키움 안우진(23)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눈부신 호투를 뽐냈다. KT 엄상백(26)과 맞대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그리고 안우진은 이지영(36)이라는 조력자가 있었다.

안우진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그야말로 에이스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덕분에 키움도 8-4의 승리를 거뒀다.

일찌감치 홍원기 감독이 1차전 선발로 예고했다. “가장 강한 투수가 나간다”고 했다. 이름만 말하지 않았을 뿐, 모든 것이 안우진을 가리켰고, 실제로 이날 선발로 출격했다. 안우진도 예상하고 있던 부분. “마음 편하다. 하던 대로 하겠다.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결과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했다.

한 방을 조심하겠다고 했고, 1점이 소중하다고 했다. 딱 그랬다. 장타를 철저히 제어했다. 시속 150㎞ 중후반의 강속구가 불을 뿜었다. KT 타자들의 방망이가 밀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구속·구위·제구 모두 됐다.

엄상백과 맞대결도 당연히 우위다. 엄상백은 5.2이닝 8피안타 2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등판. 긴장한 탓인지 초반에는 제구가 썩 좋지 못했다. 그래도 2회말 이강철 감독이 마운드를 한 번 방문한 후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빴다고 보기 어려웠다.

안우진이 더 강했다. 더 긴 이닝을 먹었고, 더 많은 탈삼진을 잡았으며, 실점도 없었다. 그리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안우진은 포수 이지영과 함께 싸웠다. 특히 이지영의 볼 배합이 절묘했다. 1회초 첫 타자 배정대를 상대할 때 안우진의 상태를 간파했다. 동시에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았다. 변화구다.

6회말 2루타로 찬스잇는 이지영\'[포토]
키움 이지영이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KT전에서 6회말 1사 1루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2,3루 찬스를 잇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1회초 안우진은 배정대를 맞아 속구 3개를 잇달아 뿌렸다. 포털 문자중계 기준으로 시속 152km-152km-154km가 나왔다. 대신 볼-파울-볼이 됐다. 존을 벗어나는 모습. 이후 4구째 슬라이더를 뿌렸고, 5구째 다시 시속 152km 포심을 던졌는데 좌전 안타를 맞았다.

2번 황재균부터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황재균에게 4개를 던졌는데 3개가 슬라이더였고, 앤서니 알포드를 상대로는 속구 2개-슬라이더 2개를 뿌렸다. 그리고 박병호를 맞아서는 속구-속구-슬라이더를 통해 파울플라이를 만들어냈다.

2회초에도 17개를 던졌는데 포심은 단 5개다. 슬라이더 6개-커브 4개-체인지업 2개를 던졌다. 3회초 역시 14구 가운데 포심은 4개다. 슬라이더(7개)를 메인으로 커브(3개)를 섞었다. 이후 4~6회도 슬라이더-커브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속구를 ‘양념’으로 썼다.

효과를 제대로 봤다. 쓰지 않는다고 해서 포심의 위력이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다. 몸쪽 깊숙하게 찌르는 속구를 구사하고, 슬라이더를 밖으로 뺐다. 정석이다. KT 타자들을 기본적인 무기로 잡아냈다. 단, 가진 무기의 사용 빈도를 살짝 바꿨을 뿐이다.

88구를 뿌렸는데 속구가 32개에 불과했다. 36.4%다. 시즌 평균인 43.1%를 밑돈다. 슬라이더가 35개로 더 많았다. 39.8% 비중. 커브 17개에 체인지업 4개를 더했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힘이다. 타석에서도 1안타 1타점을 생산했다.

안우진은 “이지영 선배님 리드가 좋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지영은 “안우진의 공이 워낙 좋다. 내가 한 것은 없다”고 몸을 낮춘다. 찰떡 궁합이 여기 있다. 딱 한 타자 상대하고, 감을 잡았다. 최강의 투수가 감을 잡으니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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