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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문학=황혜정기자] 지난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KS)1차전, 5회말이 끝나고 잠시 주어진 휴식시간. 화장실을 가려던 기자의 눈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지금 뭐 나눠 주시는 거예요?”라며 다가갔더니 SSG 유니폼을 입은 한 팬이 SSG 내야수 박성한(24)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건네줬다.
직장인 A씨는 사비 25만원을 들여 직접 응원 부채를 제작했다. 그는 “선수 초상권이 있어서 부채를 돈 받고 팔 수는 없다. 애초에 판매 목적으로 제작한 것도 아니고, 팬들과 함께 이 부채를 들고 열심히 응원하고자 무료 나눔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이 응원하는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굿즈(아이템)을 제작해 무료로 나눔하는 것은 아이돌 팬덤의 문화가 시초다. 이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야구 문화에도 유입된 것. 야구선수를 좋아하는 이들이 선수 얼굴이 들어간 아이템을 제작해 야구장에 들고 와 열띤 응원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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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료 나눔 공지를 올리면 이렇게 팬 분들이 굿즈를 가져가신다. 추워지는 날씨지만 부채를 제작한 것은 야구를 주로 하는 날씨인 봄, 여름에도 쓰기 좋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10년 차 SSG팬이다. 박성한을 특별히 응원하기 보단 SSG 선수단 전체를 응원한다. 시즌권 소유자 못지 않게 이곳 랜더스필드를 자주 찾는단다. A씨는 이미 정규시즌 때 SSG 외야수 최지훈(25)의 얼굴이 그려진 부채를 한 차례 제작해 나눔했다.
“인천에서 태어나 이곳에서만 자라오다 보니 SSG만 응원하게 됐다”며 미소지은 A씨는 “SSG 선수들이 다치지 말고 경기했으면 한다. 이미 정규시즌 우승만으로도 고맙다”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통합 우승을 해야하지 않겠냐는 기자의 물음에 “선수단에 부담될까봐 ‘우승’이라는 단어를 말하진 않겠다”며 찐팬의 면모를 드러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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