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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해피엔드’(1999)를 통해 인간의 애증과 집착을, ‘은교’(2012)를 통해 노욕과 젊음 사이의 갈등을 그려낸 정지우 감독이 다시금 문제적 작품에 도전했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썸바디’는 소셜 커넥팅 앱을 소재로 한 연쇄살인마와 피해자의 기괴한 러브스토리다. 정감독의 첫 드라마이기도 하다.
정감독은 “영화를 찍다보면 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곤 했다”며 “드라마처럼 캐릭터의 관계를 세밀하게 다뤄보고 싶은 욕망에 시리즈물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세명의 여주인공과 한명의 남자주인공 이야기로 구성됐다.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타인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여고생 김섬(강해림 분)은 데이팅 앱 ‘썸바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이 앱을 이용한 데이팅 살인이 연쇄적으로 계속되자 살해범에 대한 추적을 이어간다. 한편 섬의 친구이자 사이버 수사대 경찰인 영기은(김수연 분)은 썸바디로 만난 성윤오(김영광 분)에게 살해당할 뻔 하다 살아난 뒤 성소수자이자 무당인 친구 임목원(김용지 분)과 윤오의 발자취를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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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적으로 네 사람의 관계성을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썸바디’는 감독의 전작 중 ‘해피엔드’보다 ‘은교’에 가깝다.
연쇄살해범이라는 윤오의 정체를 알면서도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한다는 이유로 그에게 끌리는 섬, 피해자가 될 뻔했지만 윤오에게 빠져드는 기은에 대해 정 감독은 “주변에서 다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실날같은 희망 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기대를 놓지 못한 경험이 있지 않나. 그런 관계성과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욕망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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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마다 수위높은 노출신을 선보였던 정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진한 베드신으로 시선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안방에서는 보기 힘든 ‘29금’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정감독은 “노출수위만 놓고 따지면 편집에서 빼버리는 경우도 많다”며 “노출은 집에서 혼자 있을 때 하는 행동, 상상, 욕망의 표현방법 중 하나”라고 항변했다.
주로 로맨스물의 주연을 맡았던 배우 김영광을 잔혹한 연쇄살인마로 캐스팅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는 ‘썸바디’를 통해 기존의 훈훈한 남자친구 이미지를 벗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감독은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사람이 일상 연기를 믿음직스럽게 해내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촬영 내내 김영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찍었다”라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썸바디’에 앞서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도 위궤양을 앓은 뒤 다시는 드라마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것과 달리 정감독은 드라마 제작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영화시장이 어려운 환경에서 ‘해피엔드’나 ‘은교’를 다시 만든다면 그저 야한 영화로만 마케팅될 것 같다. 찬찬히 생각해볼만한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김영광 “정지우 감독이라 선택...베드신은 그저 연기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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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감독님의 작품이라 선택했다.”
‘썸바디’에서 연쇄살인마 윤오 역을 연기한 배우 김영광은 드라마 출연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예전부터 폭넓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썸바디’를 통해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좋았다”며 “그 어떤 작품보다 촬영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대개 연쇄살인마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추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김영광에게는 역할의 무게보다 변신에 대한 갈증이 훨씬 컸던 셈이다. 그는 “공개 뒤 작품을 2번 보니 인물간의 관계성과 기괴한 멜로가 훨씬 잘 보였다”며 “꼭 2번 이상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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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은 역할을 위해 몸집을 키웠다 20Kg을 감량하기도 했다. 김영광은 “처음에는 윤오의 이미지가 거대한 남자일 것이라 생각해 82Kg에서 94Kg까지 증량했다. 하지만 연쇄살인마면 날카로운 이미지를 줘야할 것 같아 막바지 촬영때는 72Kg까지 감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간 하루 한 끼 소량의 고구마만 먹고 금식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평소 드라마 속 남자친구 이미지를 지우고 ‘무서운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연구하기도 했다.
정지우 감독의 작품 속 짙은 베드신도 김영광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김영광은 “베드신은 작품 안에 녹아있는 부분이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새로운 연쇄살인마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며 “앞으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