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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재미교포 2세가 붓을 잡고 한글 이름을 쓰는 데 울컥하더라고요.”
서예가로 제2 삶을 지내는 이유생(83) 전 대한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은 최근 한글서예 세계화에 발 벗고 나섰다. 1980~1990년대 중고연맹 8,9대 회장을 역임한 1세대 태권도인인 그는 당시 국내 태권도 저변 확대는 물론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앞두고 태권도 시범단을 이끌며 주요 나라를 순방하는 등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 길로 들어서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태권도 세계화에 이바지한 열정을 떠올린 이 전 회장은 팔순이 넘어 ‘K-서예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글 쓰는 것에 관심을 품은 그는 3년 전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서예반에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지원했다. 못다한 글재능을 뒤늦게나마 펼쳐 보이고자 했다. 이 전 회장은 송천 홍재환 씨에게 기초를, 보름 손근식 씨에게 행서, 초서를 배웠다. 젊은 시절 태권도에 혼을 바쳤던 것처럼 붓에 열정을 쏟은 그는 지난 2년간 제16회 대한민국 금파 서예대전 명필상, 제11회 안중근의사 서예대전 삼체상, 제24회 홍재미술서예대전(영조대왕) 특선 등 54곳에서 입선, 특선 등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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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은 “단순히 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유의미한 글을 쓰고 싶었다. 무엇보다 국기 태권도를 세계에 알린 것처럼 아름다운 우리 한글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열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행보를 눈여겨본 서예계도 화답했다. 김기동 한국서예협회 이사장과 정대병 상임부이사장, 정윤주 부이사장, 홍재환 지회장 등이 서예인이 어우러져 서예의 글로벌화에 뜻을 모았다. 때마침 이 전 회장은 자신의 호(號)인 ‘삼평(세계·나라·가정의 평화)’을 입힌 삼평장학재단을 미국 LA한인타운에서 운영 중이었다. LA는 한인이 가장 많은 지역인데 이들은 서예의 글로벌화의 주요 거점 노릇을 하리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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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회장은 서예협회와 의기투합해 미국 LA에 한국서예협회 미주지회를 창설했다. 서예협회 사상 첫 해외 지회다. 그리고 지난 9월 LA E·K아트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했다. 서예협회 소속 작가 40명이 LA를 방문해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수입은 미주 지역 교포 자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LA 내 ‘K-컬처’ 바람과 함께 서예 전시회 반응은 뜨거웠다. 재미교포는 물론 현지 미국인도 너나 할 것 없이 한글 서체를 따라 쓰고 감상했다.
기어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수많은 관심 속에 지난달 LA에서 400여 명이 몰린 가운데 휘호장까지 열렸다. 특히 재미교포 2세가 자기 한글 이름을 붓으로 쓰며 의미를 되새겼다. 이 전 회장은 “가슴이 참 벅차더라. 우리 교포들이 한글 우수성과 매력을 느끼면서 자랑스러워했다. 주변 외국인도 한글에 관심 두고 붓을 잡는 데 기분이 묘했다. 이런 게 또 다른 국위선양인가 싶더라”고 웃었다.
서예협회는 앞으로도 미주지회와 삼평장학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서예전을 기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각지에 지회를 창설해 본격적인 서예 글로벌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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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이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서예대전 초대작가전에 출품한 ‘중지동천(대중의 뜻이 모으면 하늘도 움직인다)’을 인용,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 중인 축구대표팀을 응원했다. ‘대중의 뜻이 모여 출전하면 하늘을 움직인다. 카타르 월드컵 한국 축구 파이팅.’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