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좋게 평가할 수 없는 개막 2연전이었다. 일단 실점이 너무 많았다. 개막전 11실점, 두 번째 경기 9실점으로 2경기 총합 20점을 내줬다. 실점 과정도 좋지 않았다. 투수 교체를 지적하는 게 아니다. 실점 과정에 수비 실책이 문제다. 수비가 약한 팀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물론 이제 겨우 2경기다. 선발과 중간이 두루 고전했고 송찬의와 홍창기는 각각 1루수와 좌익수에 적응이 덜 된 모습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주루플레이 실수도 나왔다. 그러나 단 2경기로 다가올 142경기를 결과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LG가 다사다난하게 2023시즌 시작점을 찍었다.

첫 경기는 완패였다. 타자들은 상대 선발투수 웨스 벤자민에게 5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허용했다. 벤자민이 철옹성처럼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LG 선발 케이시 켈리는 6실점했다. 6회말 박명근이 등판해 만루를 만들고 병살타를 유도하려 했으나 박명근은 대타 김준태에게 적시타를 맞았다. 승부의 추가 KT로 기운 순간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다음이다. 라인업을 대폭 수정해 두 번째 경기에 임했다. 상대 선발이 왼손 벤자민에서 오른손 소형준으로 바뀐 것도 있지만 그래도 타순 9자리 중 7자리가 달라졌다. 1번 서건창, 5번 오지환을 제외한 7자리에 변화가 생겼다. 2번에 전날 대타 출장했던 문성주가 자리했고 2번 타자로 나섰지만 문성주와 교체됐던 박해민은 9번으로 내려갔다. 개막전 4번 타자 박동원은 6번에 자리했다.

변화는 적중했다. 바뀐 LG 타선은 소형준을 상대로 3회까지 9점을 뽑았다. 문성주가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2번 타순에서 만점활약을 했고 가장 익숙한 3번 타순으로 돌아온 김현수는 3안타 3타점으로 건재함을 증명했다. 전날 3타수 무안타 1볼넷이었던 오스틴은 4번 타순에서 5타수 3안타 1타점, 그리고 도루까지 더했다.

기선제압에 성공했으나 경기 후반 실책으로 최악의 흐름을 자초했다. 8회말 5~4~3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끝나야 하는 상황에서 문보경이 2루 송구 실책을 범했다. 신인 박명근은 이틀 연속 아쉬움을 안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후 KT 상위 타선을 상대로 필승조가 고전해 동점을 허용했다.

최종 결과는 연장 11회초 대타 이천웅의 스퀴즈 번트에 3루 주자 송찬의가 결승 득점해 승리. 더불어 10회말와 11회말을 책임진 함덕주의 호투도 빛났다. 하지만 9회말 홍창기가 수비에서 좌익수 플라이를 좌전안타로 만드는 모습, 그리고 스퀴즈 상황에서 오버런해 아웃된 모습을 돌아보면 2차전 승리 또한 마냥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그냥 봐도 아름다운 경기는 아니었다. 그래도 엔트리 활용은 계획대로 이뤄졌다. LG는 개막 2연전 동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28명 중 4일 고척 키움전 선발 아담 플럿코를 제외한 27명을 경기에 투입했다. 박명근 외에 유영찬과 송승기도 개막전 마운드에 올랐다. 두 번째 포수 김기연은 개막 2연전을 모두 교체 출장했다. 부상 발생시 콜업 1순위인 이천웅은 손호영, 이재원의 이탈에 따라 1군 캠프를 치르지 않았음에도 엔트리에 들어갔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염경엽 감독이 부지런히 강조한 뎁스 활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염 감독은 캠프 기간 주축 선수라도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면 변화를 줄 것을 강조했다. 수비에서 중심을 잡는 오지환과 박해민도 언제든 타순이 내려가거나 때로는 라인업에서 제외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백업선수들에게도 뚜렷한 역할을 부여했다.

2군에 자리한 유망주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확률이 높다. 차명석 단장은 “이전 감독님들도 프런트의 요청을 수용하며 유망주들을 많이 기용하셨다. 그런데 염 감독님은 보다 적극적으로 유망주를 기용하려 하신다. 이전 감독님들이 50%만 기용하셨다면 염 감독님은 두 배 정도 더 쓰시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모토로 삼았는데 개막전 도루 1개, 두 번째 경기 도루 5개로 벌써 6도루다. 시범경기처럼 모두가 뛰지는 않지만 두 자릿수 도루를 올릴 수 있는 서건창, 오지환, 박해민, 홍창기, 신민재 외에 오스틴도 도루에 성공했다.

염 감독은 개막을 맞이하며 “시범경기에서 시험해볼 것은 대부분했다. 다만 작전 두 개 정도를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캠프부터 훈련했으니 시즌 중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개막전 다음 경기에서 대타 스퀴즈가 나왔다. 2015년 6월 21일 목동구장에서 보여준 모습과 흡사했다. 당시 넥센 사령탑이었던 염 감독은 목동 LG전에서 9회말 끝내기 번트로 승리했다. 타석에선 박동원이 번트를 대고 3루 주자 유재신이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LG가 외야수 박용택을 1루에 배치하는 등 내야에 5명을 두는 과정에서 허둥지둥하자 초구 번트로 순식간에 마침표를 찍었다.

염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 때 LG는 내야 시프트에 대한 준비가 안 된 모습이었다. 반면 우리 팀은 수차례 스퀴즈 플레이를 준비했다. 준비하지 않는 팀과 준비한 팀이 붙어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고 회상한 바 있다.

다가오는 142경기. 대타 혹은 대주자 기용을 바탕으로 허를 찌르는 또 다른 플레이가 나올 수 있다. 향후 투수진과 야수진 또한 변화를 거듭할 것이다.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에 앞서 준비하고 계획한 게 많은 LG다.

◆이번주 일정과 지난 시즌 상대전적

4월 4일~6일 고척 키움전, 4월 7일~9일 잠실 삼성전

키움에 2022시즌 상대 전적 10승 6패로 우세

삼성에 2022시즌 상대 전적 12승 4패로 우세

◆예상 선발 로테이션

4일 고척 키움전(플럿코)~5일 고척 키움전(이민호)~6일 고척 키움전(강효종)~7일 잠실 삼성전(켈리)~8일 잠실 삼성전(김윤식)~9일 잠실 삼성전(플럿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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