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0대 시절 무술을 정말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항상 “대학교에 들어가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다”며 공부만 할 것을 강조하셨다.

현재의 대부분 10대 학생들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본인들이 원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부모님의 “일단은 대학부터”라는 한 마디에 막혀 그 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친구들끼리 모여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한 번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데, 사람을 해할 수도 있는 무술이라니.

아마 필자의 부모님이 굉장히 오픈된 마인드를 가지셨다 하더라도 무술은 끝까지 반대하셨을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배우도록 하려는 무술이 있다. 바로 레슬링과 펜싱이다.

두 무술 모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있는 만큼 스포츠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레슬링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유래된 역사가 깊으면서도 실전 능력이 막강한 무술이며, 펜싱은 칼을 사용하는 무기술 중에서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역시 실전성 높은 무술이다. 두 무술 모두 제대로 익혀두기만 하면 자신의 몸을 지키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여기서부터다. 그럼 이렇게 유용한 두 무술을, 과연 부모님들은 자녀들의 호신을 위해 배우도록 하는걸까? 물론, 그 이유가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호신에 유용한 그 수많은 무술 중 레슬링과 펜싱이 콕 집어 선택을 받은 이유는 역시 ‘대학 입시’다. 외국의 대학교로 유학을 갈 경우 레슬링과 펜싱 대회 성적이 있다면 성적에서 가산점을 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엄마, 저 무술 배우고 싶어요.”

“그래, 좋지, 그럼 레슬링(혹은 펜싱) 배우자.”

“저는 다른 무술 하고 싶은데요?”

“그건 일단 미국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 배워. 일단은 레슬링으로 성적부터 잘 받고 이후에 하고 싶은 거 해.”

결국 필자의 10대 시절이랑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그래도 레슬링이라는 무술은 배웠으니 어느 정도 바람이 충족된 거라고 봐야 할까?

필자는 호신술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대학입시 과목으로 넣어서라도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그러면서 레슬링과 펜싱을 예로 들었다. 성적과 호신기술, 그리고 건강까지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최근 대입 과정에 학폭 이력이 반영된다는 뉴스까지 듣고보니 큰 사회적 이슈가 생긴다면 입시 과목에 호신술을 넣는 것이 아주 불가능할 것만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한다. 입시를 위해 하는 공부나 어떤 배움을, 학생들이 과연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할까. 당장 영어만 해도 수능이라는 단 한번의 시험을 위해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하는데 막상 외국인을 마주하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는 것이 현실이다. 호신술도 입시에 반영되면 ‘수능영어’ 같은 방식으로 소모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정답은 뭘까. 지금까지 칼럼에서 다뤘던 호신술들은 정말 모두에게 필요한 내용이다. 살면서 적어도 한 번은 이 호신술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다. 그래서 입시에라도 반영시켜서 모두에게 필수적으로 배우게 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학생들은 호신술의 진정한 효과보다는 점수를 잘 받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계속 돌고도는 고민이다.

노경열 JKD KOREA 이소룡(진번) 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노 관장은 기자 출신으로 MBN,스포츠조선 등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절권도는 20년 전부터 수련을 시작했다.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JKD KOREA 도장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