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미국의 5,6월은 대학, 고교의 졸업식 달이다. 이 기간에 정규시즌이 진행되는 종목은 메이저리그다. NBA와 NHL은 플레이오프 타임이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40대 후반인 터라 고교, 또는 대학 자녀들을 두고 있다. MLB 감독들은 자녀의 졸업식 참석으로 지휘봉을 코치에게 넘긴다. 예외가 없다. 매우 자연스럽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7일 라이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불참했다. 아들의 대학 졸업식 참석 때문이었다.
국내 스포츠계에서 감독이 자녀의 고교, 대학 졸업식 참석으로 경기에 불참하는 경우는 없다. 사회적 분위기가 용납되지 않는다. 조부모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경기에 출전했다는 게 정신력으로 미화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야구에 지명된 선수들은 졸업식에 거의 불참한다. 전지훈련 기간과 졸업식이 맞물려 있다. 예전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된 투수 양상문이 졸업식에 참석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에서는 스포츠 선수 및 감독의 자녀 출산, 졸업식, 친인척 장례식 참석은 당연한 일이다. 시즌은 길다. 한 경기 불참한다고 페넌레이스의 승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버츠 감독이 코치에게 지휘봉을 넘겨주고 다저스는 이겼다. 경조사는 생애 한 차례 밖에 오지 않는다. 어떤 것이 살면서 더 중요한지는 불문가지다.
우리는 가족을 우선시하면서 스포츠 감독, 선수들의 경조사 참석을 매우 등한시한다. 오히려 일할 때 가족일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게 대접받는다.
미국은 가족이 우선이다. 팀에서 제공하는 티켓(complementary ticket)은 관전하기 좋은 좌석이다. 선수 자녀들은 경기 전 구장에서 마음껏 뛰어 논다. 어린 자녀(고교까지다)와 함께 있으려고 기량이 여전한데도 은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현역 NBA 최고 감독이 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티브 커 감독(57)이 2015년 스승인 필 잭슨 뉴욕 닉스 사장이 사령탑을 제시했을 때 이를 거절하고 서부팀을 맡은 이유도 가족 때문이었다. 커 감독은 고교를 LA에서, 대학은 애리조나 출신으로 생활권이 서부다.
현 콜로라도 로키스 버드 블랙 감독은 오랫동안 LA 에인절스 마이크 소셔 감독의 벤치코치를 지냈다. 오프시즌 감독 제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거절했다. 2007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제안이 오자 첫 감독이 됐다. 자녀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서부를 고집했다.
미국 스포츠는 MLB 뿐 아니라 모든 종목이 노사단체협약에 따라 선수 개인의 경조사 참석을 의무조항으로 만들어 놓았다. 코칭스태프도 같은 대상자다.
노사단체협약에 의한 경조사는 두 가지다. 사별자 명단(Berevement List)과 육아휴직 명단(Paternity Leave List)이다.
사별자 명단은 선수 자신의 배우자와 직계 가족의 심각한 질병이나 사망으로 팀에서 이탈할 필요가 판단될 때 사용한다. 최소 3경기에서 최다 7경기를 결장할 수 있고, 구단은 이 때 40인 로스터에 다른 선수를 대체한다.
육아휴직은 선수가 자녀의 출산에 참석하기 위해 팀을 떠날 때 사용한다. 육아휴직은 최대 3경기를 넘지 않도록 돼 있다. 이 역시 40인 로스터 조정이 가능하다. 이 조항은 2011시즌부터 채택됐다. 최근 홈런 더비 선두를 달린 LA 다저스 맥스 먼시가 둘째 출산으로 육아휴직으로 팀을 떠난 적이 있다.
KBO리그에서 홈런더비 선두를 달리는 타자가 부인의 출산으로 2, 3경기에 빠질 수 있을까. 개인 경조사 관련은 규약으로 돼 있지 않는 한 선수가 선뜻 사용하기 어렵다. 모든 것은 법과 규약으로 돼 있어야 한다. 관행, 관습으로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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