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註 : 50년 전인 1973년 5월, ‘선데이서울’의 지면을 장식한 연예계 화제와 이런저런 세상 풍속도를 돌아본다.
[스포츠서울] 고타마 싯다르타, 기원전 624년경 네팔에서 탄생한 석가모니의 본명이다.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의 탄생을 기념해 우리나라에서는 매해 음력 4월8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지낸다.
현재는 누구나 아는 국정공휴일이지만 50년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선데이서울’ 234호(1973년 4월 8일)에 이색 소송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기사 제목은 ‘초파일을 공휴일로 -소송 건 변호사’ 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1973년 3월 27일, 한 불교 신자가 “샐러리맨을 즐겁게 하고 800만 불교 신자들의 숙원을 풀겠다”면서 총무처 장관을 피고로 하는 석가탄신일 공휴권 확인 등 청구의 소송을 법원에 냈다.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인물은 용태영 변호사였다. 용 변호사가 제기한 소장의 청구취지는 아래와 같다.
1. 피고는 기독(예수 그리스도) 탄신일인 12월25일이 공휴일인 것과 같이 석가탄신일 4월 초파일도 공휴권이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공휴일로 공포하라.
2. 만일 위 청구가 그 이유 없을 때는 기독탄신일인 12월25일 공휴일 지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 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한마디로 4월 초파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든지, 아니면 성탄절 공휴일도 취소하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50년 전만 해도 4월 초파일은 공휴일이 아니었다. 평일에 맞이하는 불교 신자만의 축일이었다.
반면에 크리스마스는 초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됐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고, 그 자신이 장로교 목사이기도 했던 이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는 야간통행금지라 해서 일반인들이 거리를 돌아다니다가는 경찰에 끌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밤새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통금 해제’ 특혜(?)까지 누릴 수 있었다.
용 변호사로서는 같은 종교인으로 부럽기도 했을 것이고 마음이 좀 불편했던 것 같다. 종교 차별이라고도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주장의 배경에는 당시 문화공보부 종교백서를 근거로 전체 종교인구의 40.7%인 약 798만 명이 불교 신자라는 점, 불교는 이미 우리 역사에서 민족 종교화되었다는 점 등이 있었다.
석가탄신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소송이 처음은 아니었다. 1966년 당시 동국대학교 대학원의 한 학생이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건 중 성탄절 무효확인의 소송’을 냈지만 각하된 일이 있었다. 이처럼 불교계는 1973년에도, 1966년에도 초파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했다.
연이은 소송 제기, 불교계의 노력 등이 결실을 맺었던지 용 변호사가 소송을 제기한 때로부터 2년 후인 1975년, 드디어 초파일이 ‘석가탄신일’로 법정 공휴일이 되었다. 설, 추석과 함께 음력을 기준으로 하는 공휴일이다. 불교계로서는 숙원을 풀었고, 국민은 하루를 더 쉬게 되어 삶의 여유를 누리게 됐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당시 석가탄신일의 공휴일 지정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는데 불교계에서 “그렇다면 공평하게 성탄절도 공휴일에서 빼자”고 맞불(?)을 놓아 그 고비를 넘겼다는 전설같은 뒷얘기도 전해내려 온다.
석가탄신일은 그로부터 43년만인 2018년 명칭이 ‘부처님 오신 날’로 바뀌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초파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였다고 한다.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를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도 모두 우리나라처럼 석가탄신일을 기념한다.
50년 전, 용태영 변호사(그는 2010년에 고인이 되었다)의 용기 있는 소송, 불자들의 간절한 염원, 불교계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부처님 오신 날’은 오늘날 현대인에게도 귀한 국정 공휴일이 됐다.
더구나 올해부터는 그날이 다른 휴일과 겹치면 다음 날을 쉬는 대체 공휴일로도 지정돼, 당장 올해는 5월29일 월요일 하루를 더 쉴 수 있다. 이 또한 부처님의 가피이자 은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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