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순발력 살아있네!”
롯데 문규현 코치가 빠르고 강한 타구를 보낸 뒤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인조잔디 특성상 톱스핀이 걸린 타구는 바운드를 거듭할수록 가속이 붙는데, 3루에서 펑고를 받던 야수가 절묘한 글러브질로 걷어낸 직후였다.
유니폼 넘버 8번이 새겨진 훈련복을 입고 3루에서 펑고를 받은 선수는 베테랑 전준우(37). 순발력 강화훈련을 겸해 모처럼 3루에서 펑고를 받았다. 경쾌한 스텝에 유려한 글러브질로 2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전준우는 2008년 신인 2차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대형 3루수’였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 만만치 않은 타격능력을 살리기 위해 외야로 전향했고, 3년차이던 2010년부터 롯데 주전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자전거를 한 번 배우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금새 탈 수 있다. (전)준우는 자전거를 타는 소년같다”며 웃었다. 3루수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의미. 서튼 감독은 “노인이 되면 자전거를 페달을 밟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3루수 옵션이 하나 추가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껄껄 웃으며 즉답을 피했다.
10여 분간 굵은 땀방울을 흘린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전준우에게 과거 기량이 녹슬지 않았다고 덕담을 건네자 “아, 덥네”라며 싱긋 웃었다. 그는 “지표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몸이 괜찮다.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 분위기도 좋다. 타격 컨디션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출루하고, 주루플레이도 적극적으로 해서 승리에 도움을 주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다보면 고비를 맞게 된다. 이럴 때 베테랑들이 끌어줘야한다. 여름 레이스에서 버티려면 지금부터 체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순발력이나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