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장강훈기자] 유강남(31·롯데)이 방망이를 던졌다. 장타를 확신한 표정. 주자들도 일제히 스타트를 끊었고, 유강남도 이를 악물고 2루로 내달렸다.

상대가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횡사할 수 있는 모험이었지만, 롯데의 기세가 틈을 주지 않았다. 빅이닝의 서막을 알리는 ‘빠던’은 팀 승리로 이어졌다.

유강남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맞선 7회초 1사 1,2루 기회를 맞았다. 상대 마무리에서 ‘애니콜’로 보직을 바꾼 김재웅을 상대로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우측 펜스쪽으로 비행했고, 유강남은 타구를 바라보며 방망이를 던졌다. 2루에있던 노진혁이 3루에 도달할 무렵 키움 우익수 이형종이 왼팔을 들어 올려 ‘잡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주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질주를 이었고, 선취점을 얻음과 동시에 1사 2,3루 기회를 만들었다. 컷오프 플레이에 나선 김혜성이 홈 송구를 선택한 덕(?)에 유강남이 2루에 안착한 건 롯데의 행운. 안권수가 기술적인 밀어치기로 좌전 2타점 적시타를 만들었고, 김민석 타석 때 2루를 훔쳤다.

2사 3루에서는 박승욱이 좌월 2루타를 뽑아내 추가점을 올렸고, 전준우 안치홍 윤동희의 연속안타로 두 점을 더 뽑았다. 7회초에만 8안타 6득점 빅이닝 완성. 이날 때려낸 안타(14개)의 57%를 한 이닝에 쏟아부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결승타 주인공이 된 유강남은 8회초에도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뽑아낸 뒤 정보근과 교체됐다. 1만6000석을 가득채운 롯데 팬은 유강남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커다란 박수와 함성으로 팀에 완벽히 녹아든 새 안방마님을 반겼다.

빅이닝으로 승기를 잡은 롯데는 8회까지 키움이 반격할 틈을 주지 않고 무실점 릴레이 역투를 펼쳤다.선발 찰리 반즈가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필승조인 김도규와 김진욱이 2이닝을 문제없이 틀어막았다.

유강남이 벤치로 물러간 뒤 롯데는 6점차 리드를 가까스로 지켰다.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진승현은 이정후와 김혜성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에디슨 러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윤명준이 급히 마운드에 올라 이원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 숨 돌렸다. 그러나 김동헌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맞아 무실점 승리를 완성하지는 못했다. 마무리 김원중이 몸에 맞는 볼과 밀어내기 볼넷으로 1점, 임병욱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아 1점 차로 추격당했다.

김원중이 이정후를 투수땅볼로 잡아내 막판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지켜냈다. 무너질듯 무너지지 않는 롯데의 기세가 거둔 승리였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9회에 실점한 부분은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경기를 잘 마무리했고, 승리를 가져왔다. 고척돔을 찾아와주신 많은 롯데팬에게 승리를 안겨드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