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하루 다섯 시간은 자죠. 큰 도움이 됩니다.”

LG 염경엽 감독이 루틴을 바꿨다. 염 감독은 히어로즈 감독 시절부터 머릿속으로 경기 시뮬레이션을 한다. 팀 상황, 상대팀 구성 등을 기준으로 양팀의 최근 투타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가상 경기를 한다. 몇 차례 라인업이나 투수교체 시점 등을 수정하다 보면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는 날은 그 시간이 더 길었다.

염 감독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홈경기를 앞두고 “올해도 시뮬레이션은 한다”면서도 “대신 집에서는 야구 생각을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SK 감독에서 물러나) 2년간 쉬면서 루틴을 다시 만들었다. 집 문을 열고 나오면 야구 생각을 시작해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멈춘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집에서는 오롯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집에서도 야구 생각을 하면 잠을 못잔다”고 말한 염 감독은 SK 감독 시절 극심한 스트레스로 경기 중 실신하는 등 건강이 악화했다. 루틴을 바꾼 뒤에는 하루 다섯 시간은 숙면을 취한다. 그는 “집에서도 시물레이션하다보면 꿈에서도 야구를 한다. 숙면을 취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하루 다섯시간 숙면을 취했더니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껄껄 웃었다.

시뮬레이션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팬에게 재미있는 야구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염 감독은 “LG야구는 재미있다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야구를 하려면 많이 이겨야 한다. 장기레이스를 끌고가려면 지속성이 중요한데, 그래서 효율적인 야구를 할 수밖에 없다. 모든 요건을 충족하려면 쉼없이 시뮬레이션해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는 “4월에는 선발 세 명이 무너진데다 정우영은 컨디션 저하, 고우석은 부상 낙마로 루틴이 깨질 뻔했다”고 돌아보며 “김윤식을 포함한 투수 네 명이 빈자리를 잘채운 덕분에 팀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안정을 찾은 뒤에는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자신했다. 야구는 선수가 하지만, 선수를 기용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감독 역량이다. LG가 신바람을 내는 이유, 염 감독의 바뀐 루틴에 녹아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