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범죄도시2’ 촬영을 마치고 후반 작업을 할 때 위용종 8개를 떼어냈어요.”
영화 ‘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를 연출한 이상용(43) 감독은 ‘범죄도시2’ 개봉 당시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용종 8개’로 압축해서 설명했다.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범죄도시2’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베트남에서 촬영하다 쫓기듯 한국으로 귀국해야만 했다”라며 “마동석 배우는 (스트레스로) 탈모가 왔다는데 나는 상대적으로 젊어서 그런지 피부가 안 좋아진 것 외에는 크게 건강에 무리가 오지 않았다. 다만 후반작업을 할 때 용종 8개를 떼어냈다”라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긴 팬데믹의 터널을 거쳐 개봉한 ‘범죄도시2’는 지난해 처음이자 유일한 1000만 관객 동원 한국영화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이 감독은 지난해 제 27회 춘사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 43회 청룡영화상 한국영화 최다관객상, 제 55회 시체스영화제 포커스 아시아-최우수작품상, 제26회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부문 관객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적인 명성을 확보한 박찬욱, 봉준호 감독 등 소위 586세대에 이어 차세대를 이끌 1980년생 감독 중 1000만 관객을 동원한 감독은 1626만 관객 기록을 보유한 영화 ‘극한직업’(2019)의 이병헌 감독과 이상용 감독 단 두명 뿐이다.

그러나 1000만 감독이라는 타이틀은 도리어 이 감독에게 더 큰 부담을 안겼다. 이 감독은 “2편은 열심히 해서 욕만 먹지 말자는 마음으로 준비했고 과연 개봉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영화가 더 큰 사랑을 받아 좋기도 하지만 부담도 크다”라고 말했다.
“‘범죄도시’는 제게 인생 2막을 열어줬어요. ‘범죄도시’ 세계관에 합류해 시리즈를 이어가는 것만으로 영광이었죠. 이제는 시리즈를 잘 마무리하고 다른 감독에게 넘겨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이 저를 짓누릅니다. 흥행여부를 떠나 관객들이 뭘 재미있어 할까를 모든 스태프와 출연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문제점에 봉착했다 합심해서 해결해나가는 쾌감이 상당했습니다.”
주인공 마석도(마동석 분)가 익숙한 금천서를 떠나 서울 광역수사대로 적을 옮기는 새로운 상황을 설정하고 형사, 조력자, 빌런까지 새 인물을 대거 투입했다. 액션의 합도 새롭게 짰다. ‘범죄도시1’(강윤성 감독)편이 마석도의 호쾌한 한방 액션이라면 2편은 업어치기같은 유도 기술을 보여줬다. 3편은 복싱 기반의 리드미컬한 잽을 선보였다.


제작자 겸 주연 배우 마동석은 이 감독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 감독은 “마동석 씨는 한마디로 영화 속에 사는 분”이라고 정의했다.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 경험도 많고 센스와 순발력이 좋은 배우입니다. 특히 웃음 타율이 높아요. 회의할 때마다 직접 코믹신을 연기하곤 하는데 저도 모르게 웃게 돼요. 지금 무릎이 안 좋아서 혼자 계단을 내려오지도 못하는데 촬영만 들어가면 스턴트맨을 안 쓰고 무리해서라도 자신이 다 소화합니다. 복싱스킬을 카메라에 담는 게 쉽지 않은데 눈앞까지 날아오는 주먹을 끊지 않고 담아내 호쾌한 액션을 보여주려 노력했죠.”
새로운 빌런 주성철을 맡은 배우 이준혁에 대해서는 “1편의 장첸(윤계상 분), 2편의 강해상(손석구 분)과 달리 마석도를 만나도 도망가지 않는, 결이 다른 빌런”이라며 “이준혁 역시 대단한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편 개봉 전 캐스팅 된 이준혁 씨의 압박감이 컸을텐데 이걸 극복했어요. 외형적인 변화는 물론 연기 스타일도 기존에 보여준 연기와 전혀 다르죠. 스스로 생각해서 에너지를 응축해 왔어요. 제가 직접 연출한 2편의 손석구 씨도 이준혁 씨도 도전정신이 뛰어난 배우입니다. 손석구 씨는 특유의 날 것 같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면 이준혁 씨는 정제되고 뻔뻔한 느낌을 표현해줬죠. 다만 강해상은 권력이 없지만 주성철은 권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잔인함의 차이가 다릅니다.”



신스틸러로 투입된 초롱이 역의 고규필, 김양호 역의 전석호, 마석도와 호흡을 맞추는 김만재 역의 김민재 등은 1, 2편의 신스틸러 장이수(박지환 분)의 빈자리를 대신해줬다. 이 감독은 “장이수랑 리액션 자체가 다르지만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게 했다. 특히 김민재 씨 연기는 내가 웃겨서 NG를 내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는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열며 ‘변칙개봉’ 논란에 시달렸으나 개봉 첫날 74만 87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124만 4215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최근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영화가 드문 가운데 단 하루만에 기대치를 충족시킨 것은 물론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성적을 기록한 영화 ‘명량’(2014)의 오프닝 성적인 68만 2701명을 뛰어넘었다.
“성적은 가늠하기 어렵네요. 그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큽니다. 제가 이 시리즈의 가교 역할을 한 만큼 관객들이 3편을 본뒤 4편이 기대된다고 말씀해주시면 날아갈 것 같습니다.”
mulgae@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