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누가봐도 악재였다. 경기 시작부터 복귀한 토종 에이스가 다시 팔에 이상을 느끼며 교체됐다. 1회말 공 5개를 던지고 내려왔고 제대로 준비할 시간도 없이 두 번째 투수가 등판했다. 그런데 그 두 번째 투수가 6이닝 2실점으로 최고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NC 좌투수 최성영(26) 얘기다.

최성영은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구창모 다음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등판했는데 1회말 첫 타자 문성주부터 3회말 김민성까지 6연속타자 범타 처리했다. 김민성 다음 타자 김기연에게 볼넷을 범했지만 박해민과 홍창기를 잡았다.

4회말 오스틴 딘에게 솔로포를 맞기 전까지 무실점. 7회말 오지환에게 적시타를 내준 뒤 이날 투구를 마쳤다. NC는 8회초 5점을 뽑는 빅이닝을 앞세워 LG에 9-2 완승을 거뒀다. 최성영은 승리투수가 됐다.

경기 후 최성영은 이날 호투에 특별한 비결은 없다고 했다. 그는 “몸은 원래 좀 빨리 풀리는 편이다. 그리고 날씨도 여름이 됐으니까 몸을 풀기가 좋았다”며 “생각이 바뀐 게 큰 것 같다. 예전에는 삼진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맞지 않으려 했다. 그랬다가 볼넷을 많이 내줬다. 이제는 내가 삼진 잡는 투수가 아닌 것을 안다. 그냥 맞자는 생각으로 빨리 치게 던졌다. 투구수 아끼면서 가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선발 경험은 이미 두둑히 쌓은 투수다. 군입대 이전인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 36차례 선발 등판했다. 좌투수로서 디셉션이 좋고 체인지업이라는 확실한 무기도 있다. 다만 자신이 말한대로 볼넷도 꾸준히 나왔다. 2020시즌에는 볼넷 35개에 탈삼진 27개로 고전했다.

올시즌은 볼넷이 줄었다. 이날 경기까지 볼넷 7개, 탈삼진 15개다. 지난달 24일 사직 롯데전 선발 등판에서 5이닝 1실점으로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음에도 불펜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선발투수로서 가치를 증명했다.

최성영은 2021년과 2022년 상무에서 보낸 두 시즌을 회상하면서 “군대에서 삼진 잡는 게 마냥 좋은 것은 아님을 알게 됐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 삼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선발은 긴 이닝을 던져야 한다. 맞자는 생각으로 던지는 게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성영은 상무에서 2021년 68.2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23개, 탈삼진 54개. 2022년에는 63.1이닝을 소화하며 볼넷 11개 탈삼진 52개를 기록했다. 상무 2년차에 볼넷 대 삼진 비율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다시 선발 등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 구창모가 다시 엔트리에서 제외된다면 최성영이 선발 대체 1순위가 된다.

이에 대해 최성영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오늘은 창모 형의 부담도 덜어주고 싶어서 더 집중했다. 창모 형이 빠지게 되면 그 자리를 최대한 메우기 위해 노력하겠다. 감독님이 정해주시는 대로 열심히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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