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기자] “광주 와도 지인들 안 만나요.”

SSG 최지훈(26)이 고향 원정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자연인’ 최지훈은 시즌 도중 철저히 봉인한다. 대신 ‘야구인’ 최지훈은 다르다. 후배들 앞에서 ‘무장 해제’ 됐다. 선배 역할 톡톡히 했다.

SSG는 6일부터 8일까지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와 원정 3연전을 펼쳤다. 결과는 스윕. 1차전 2-1 승리, 2차전 9-8 승리에 이어 3차전도 5-4 재역전승을 거뒀다.

3경기 연속 1점차 승부였다. 모두 이겼다. 어떻게 해서든 리드를 잡았고, 이를 끝까지 지켰다. 1위 팀다운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최지훈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6일 1안타 1도루, 7일 2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8일에도 1안타 1도루 2득점을 올렸다. 1번 타자로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외적으로도 좋은 시간이 있었다. 8일 경기에 앞서 모교인 광주수창초 야구부 학생 29명과 만났다. 광주수창초 류창희 감독과 인연으로 만남이 성사됐다. 류창희 감독은 최지훈이 재학 당시 코치였다.

이날 최지훈은 학생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해줬으며, 기념 촬영도 했다. 격려의 말을 전하고, 소정의 간식비도 지원했다.

최지훈은 “모교 후배들과 인사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큰돈은 아니지만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선배님들에게 항상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통해 베풀 수 있어 기쁘다. 아직 어리기에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훌륭한 선수가 되어서 야구장에서 함께 경기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류창희 감독은 “어린 시절 만났던 (최)지훈이가 훌륭한 선수가 되어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니 뿌듯하다. 어릴 때도 지금처럼 항상 악바리에 전투적으로 야구를 하는 선수였다.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다. 부상 없이 오래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수창초 주장 심형진 군은 “우리 학교 출신인 최지훈 선배님을 봐서 기쁘다. 선배님처럼 정확한 타격과 타구를 멀리 보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원정 경기를 위해 왔기에 모교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신 선수들이 구장을 찾으면서 선후배의 만남이 성사됐다.

사실 최지훈은 시즌 때는 오롯이 경기에만 집중하는 선수다. 광주 출신으로 광주수창초-무등중-광주일고를 나왔다. 이후 동국대를 거쳐 SSG에 입단했다.

고향에 내려왔기에 지인을 만나는 것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최지훈은 스스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시즌 중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다. 시즌이 끝나고 휴식기에 만난다. 경기 하기도 바쁘다”고 말하며 웃었다.

자연인의 삶도 있고, 프로선수의 삶이 별개다. 공존이 쉽지 않은 직업이다. 시즌은 길고, 경기도 많다. 게다가 최지훈은 팀의 주축 선수다. 결국 포커스는 시즌에 맞춰야 한다.

20대 중반의 ‘피끓는 청춘’이지만, 공과 사의 구별은 확실하다. 프로이기에 어쩔 수 없으면서도 당연한 부분이다. 이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기에 더 엄격하게 자신을 대하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