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강팀’이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하나를 꼽자면 불펜이다. ‘왕조’를 세웠던 팀들은 언제나 초강력 불펜이 있었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아니다. 지키지 못하니 경기가 어렵다. ‘재건’이 필요하다.
삼성은 올시즌 팀 평균자책점 4.83으로 최하위다. 시즌 318점으로 가장 많은 실점을 하고 있다. 팀 득점이 262점이니 적자만 잔뜩 보고 있다. 타선은 타선대로, 투수는 투수대로 애를 먹고 있는 셈이다.
마운드를 보면 불펜이 특히 아쉽다. 올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07이다. 꼴찌다. 선발도 평균자책점 4.68로 최하위지만, 데이비드 뷰캐넌, 알버트 수아레즈, 원태인, 백정현, 최채흥 등 선발 로테이션 자체는 나쁘지 않다.
불펜은 선발진보다 평균자책점이 더 높다. 전혀 지키는 것이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주 6경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13일부터 18일까지 1승 5패다. 5연패 후 1승. 이 5연패가 전부 역전패였다.
13일에는 선발 최채흥이 5.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불펜이 2점을 주면서 졌다. 15일에도 선발 황동재가 5이닝 1실점을 기록했는데 뒤에서 3명의 투수가 7실점(4자책)을 합작하고 말았다.
16일 경기에서는 알버트 수아레즈가 6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쳤으나 불펜에서 5실점(4자책)이 나왔다.
특히 이날 오승환은 0.1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후 이례적으로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관중석으로 공을 던졌고, 더그아웃에 내려온 후 글러브를 집어 던졌다. 이에 따라 퓨처스까지 내려가야 한다.
‘믿을맨’이 보이지 않는다. 평균자책점 3.07을 만들고 있는 우완 이승현이 가장 낫고, 김대우도 3.20을 만들며 힘을 내고 있다. 좌완 이승현은 4.50이고, 오승환이 3.97, 우규민이 5.68에 그치고 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김태훈은 10.47로 부진한 끝에 1군에서 빠진 상태다.
팬들 사이에서 “누가 올라와도 불안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깔끔하게 막고 내려가는 투수가 귀하니, 보는 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도,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매한가지다. 아직 선발투수 가운데 개인 5승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뷰캐넌-백정현이 4승씩 기록중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왕조 부활’을 외치고 있다. 근접하게라도 갔던 시즌은 2021년이 전부다. 정규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패하면서 아쉽게 2위.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이를 제외하면 우승은 고사하고, 가을야구조차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위업도 세웠다. KBO리그 역사상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만큼 당시 삼성은 강력했다. 특히 불펜은 다른 팀이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2011~2014년 삼성 불펜의 합계 평균자책점은 3.39다. 2위 LG가 3.77이니 압도적인 차이라 할 수 있다.
마무리 오승환을 필두로 안지만, 정현욱, 권오준, 권혁, 심창민, 정인욱 등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우선, 신용운, 박근홍, 임현준 등 필승조가 아닌 투수들도 다른 팀이라면 필승조를 노려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시기 삼성의 불펜은 ‘역대 최고’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다. 첫손에 꼽는 이들도 많다. 즉, 그때처럼 강한 불펜을 구축하는 것은 어느 팀이든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자연히 현재 삼성의 불펜 구성으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은 무리다. 왕조의 주역이었던 오승환이 아직 있지만, 과거의 구속과 구위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재건’을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주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원석에 신인 3라운드 지명권을 주면서 김태훈을 데려왔다. ‘오버페이’ 논란이 있지만,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트레이드도 과감하게 단행해야 한다. 내 것을 오롯이 지키면서 남의 것은 얻어올 수는 없다. 마감일까지 한 달 조금 더 남았다.
FA에도 참전해야 한다. 2023 FA 시장에는 철저히 ‘방관자’였다. 포수 중심의 시장이었고,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구단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아주 투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결과론이지만, 데려왔다면 충분히 힘이 될 수 있는 이들이 있었다. 게다가 몸값도 비싸지 않았다.
‘방출 시장’도 좀 더 들여다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장 대비된 팀이 롯데다. 롯데는 김상수, 신정락, 윤명준, 차우찬 등을 데려왔다. 시즌 초반 김상수가 호투를 펼치며 롯데의 ‘기세’를 이끌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했지만, 반대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상위 순번을 얻었다. 좋은 선수를 많이 지명했다는 평가. 야수 쪽은 리빌딩이 착착 진행되는 모습이다. 김지찬, 김현준, 이재현은 자리를 잡았고, 김영웅도 올라오고 있다.
마운드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선발은 괜찮은 편이다. 불펜이 문제다. 야수가 시간이 걸리고, 투수는 이른 시점에 가능하다는 평가인데, 삼성은 거꾸로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뽑은 투수 가운데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는 투수는 원태인 정도다.
당장 2023시즌 불펜을 획기적으로 강하게 만들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대신 현재 상태를 정확히 직시하고, 어떻게 다시 강하게 만들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프런트는 밖에서 어떻게 보강할지 고민하고, 내부에서는 스카우트-육성-1군까지 모두가 달려들어야 한다. 이대로는 힘겨운 시간만 계속될 뿐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