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경쟁은 숙명이다. 지금의 이강인이라면 굳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의 PSG 이적 협상이 완료됐다. PSG는 마요르카에 이적료 2200만유로(약 312억원)를 지불하고 이강인을 품는다. 이강인뿐 아니라 뤼카 에르난데스, 마누엘 우가르테, 마르코 아센시오, 셰르 은두르 등의 영입 작업도 마무리됐다. PSG는 현지시간으로 4일, 혹은 5일 중으로 이 선수들의 영입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원래 이강인의 바이아웃은 2000만유로(약 283억원)로 알려졌으나 최종 이적료가 2200만유로인 것을 보면 그보다는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민재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완료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이강인의 이적료는 역대 한국 선수 중 2위에 해당한다. 2015년 손흥민이 바이엘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는 3000만유로(약 425억원)였다. 이강인은 2022년 나폴리가 김민재 영입을 위해 페네르바체에 지급한 이적료 1805만유로(약 226억원)보다 더 높은 금액에 PSG로 이적하게 된다.

단 한 번의 이적을 통해 이강인은 막대한 부를 누리게 된다. 이강인은 이번 이적에서 발생한 이적료의 20%를 직접 받는다. 이강인은 2021년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로 이적할 때 자유계약(FA) 신분이라 이적료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발렌시아는 비유럽(non-EU) 쿼터를 확보하기 위해 유스에서 착실하게 성장한 이강인을 FA로 풀어줬다. 덕분에 이강인은 이적료 없이 마요르카 유니폼을 입었다. 이강인의 에이전트는 마요르카가 이적료를 지출하지 않는 대신 추후 이강인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발생하는 이적료의 20%를 선수가 챙기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PSG가 꺼낸 이적료 중 440만유로(약 62억원)는 이강인의 몫이 된다. 연봉도 대폭 상승한다. 프랑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강인의 연봉은 400만유로(약 57억원) 수준이다. 마요르카에서 받던 연봉 40만유로(약 5억7000만원)와 비교하면 10배 상승한다. 이강인을 공짜로 영입한 마요르카도 1760만유로(약 250억원)를 얻는 ‘잭팟’을 터뜨렸다.

이강인은 이제 PSG라는 빅클럽의 일원이 된다. PSG는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 랭킹 6위에 자리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바이에른 뮌헨(독일), 첼시, 리버풀(이상 잉글랜드),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만이 PSG 위에 있다. 프랑스 리그1은 4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에 들어가지 않지만 PSG는 전혀 다른 차원의 팀이다.

PSG 입성은 곧 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 지난시즌 스페인 라리가에서 맹활약하긴 했지만 이강인은 아직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선수는 아니다. 마요르카라는 소형 구단에서 뛴 만큼 당장의 인지도는 떨어진다. 스포츠 전문 매체인 ESPN도 이강인을 2023~2024시즌 PSG의 베스트11로 예상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최전방에 킬리안 음바페가 서고 좌우에 네이마르와 마르코 아센시오가 스리톱을 구축할 것이라 전망했다. 미드필드 라인에도 이강인의 이름은 없었다. 우가르테와 마르코 베라티, 비티냐의 선발을 예상했다.

음바페와 네이마르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라 이해할 수 있는 전망이다. 그러나 아센시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센시오는 2022~2023시즌 라리가에서 9골6도움을 기록했다. 공격포인트만 놓고 보면 6골6도움의 이강인보다는 많다. 세부 내용을 보면 차이가 있다. 이강인은 경기당 키패스 1.5회, 드리블 성공 2.5회를 기록했다. 아센시오는 키패스 1.3회, 드리블 성공 0.7회에 그쳤다. 공격의 두 지표에서 이강인이 우위에 있다. 아센시오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후광 속에 뛴 선수다. 반면 이강인은 약팀 마요르카를 이끄는 에이스 구실을 했다. 동료의 지원이 있었다면 이강인이 훨씬 더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라리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결국 인지도의 문제다. 아센시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한 선수라 주목받는 정도가 이강인과는 비교가 어렵다. 눈앞의 실력이 아니라 이름값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추가 영입도 예상된다. 프랑스 언론 르파리지앵의 5일 보도에 따르면 PSG는 베르나르두 실바(맨체스터 시티) 영입을 포기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러브콜을 받는 실바 영입에 여전히 관심을 두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셀타 비고의 가브리엘 베이가도 PSG가 영입을 위해 준비하는 선수다. 2002년생인 베이가는 2선 중앙에서 주로 뛰는 공격 자원이다. 지난시즌 라리가서 11골4도움을 기록할 만큼 득점력이 좋다. 합류할 경우 이강인과는 경쟁이 불가피하다.

PSG라는 대형 클럽에서 주전을 장담할 선수는 현시점에서 음바페와 네이마르 정도뿐이다. 어차피 나머지 선수들은 한 두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PSG에 입단한 이상 이강인도 내부에서 싸워야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PSG와 마요르카는 전혀 다른 팀이다.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이강인은 라리가라는 수준 높은 무대에서 경쟁력을 검증받은 선수다. PSG도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 이강인을 영입했으니 이해할 만한 출전 시간은 안배할 가능성이 크다. 당당하게 실력으로 부딪힌다면 이강인도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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