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타순 변화가 적중했다. 가장 먼저 타석에 서면서 가장 많은 홈런과 가장 높은 OPS(출루율+장타율)을 기록한다. 홈런 치는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하며 후반기를 뜨겁게 시작한 샌디에이고 김하성(28)이다.

김하성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원정 4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번 타자 2루수로 출장해 홈런 포함 6타수 2안타로 활약했다. 1회초 첫 타석부터 상대 선발투수 잭 윌러의 5구 낮은 스위퍼를 공략해 솔로포로 기선제압을 이끌었다.

지난달 23일 샌프란시스코전부터 대부분의 경기를 1번 타자로 소화 중인 김하성은 이미 지난해와 같은 홈런 11개를 터뜨렸다. 한국에서 30홈런을 쏘아 올린 장타력을 빅리그에서도 펼쳐 보이며 홈런 치는 리드오프 이미지도 만들었다.

김하성은 1번 타순에서 가장 많은 홈런 5개와 가장 높은 OPS 0.843을 기록했다. 경기 수는 7번 타순이 31경기로 가장 많은데 20경기 출장한 1번 타순에서 생산력이 가장 뛰어나다. 경기 시작부터 흐름을 가져오는 리드오프 홈런도 이날까지 4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분투에도 샌디에이고는 12회 연장 승부에서 필라델피아에 6-7로 패했다. 후반기 시작점인 필라델피아와 4연전에서 1승 3패 루징시리즈에 그쳤다. 시즌 전적은 44승 50패. 팀 연봉 2억4000만 달러 규모로 거액을 투자했지만 팀 연봉 3억4000만 달러 규모의 뉴욕 메츠와 더불어 가장 실망스러운 팀이 됐다.

지구 1위 LA 다저스와는 10경기 차이. 와일드카드 마지막 자리와도 8경기 차이다. 팀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면 트레이드 마감일인 8월 1일(현지시간)에 앞서 거상이 된다. FA(프리에이전트)를 앞둔 선발투수 블레이크 스넬과 마무리투수 조쉬 헤이더, 그리고 연장 계약을 맺지 못한 후안 소토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굵직한 선수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큰 손’이었는데 반년 만에 입장이 바뀔지도 모르는 샌디에이고다.

그런데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이다. 올시즌 김하성의 연봉은 700만 달러. 팀 내 14위다. 하지만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는 지난 16일 기준 4.2로 팀 내 1위에 자리하고 있다. 2024시즌까지 저렴한 계약을 맺은 만큼 FA를 대비해 트레이드하기에는 이르다.

만일 일 년 후에도 샌디에이고가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김하성이 성장세를 유지하면, 수많은 팀이 김하성을 바라볼 것이다. 내야 전 포지션에 능하고 타순도 다채롭게 소화하는 만큼 활용 폭이 매우 넓은 김하성이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김하성이 영입 대상으로 관심을 받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여름, 그리고 FA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2024년 겨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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