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야구를 좋아하는 아버지를 따라 7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TV 중계로 야구를 접했다. 그러다가 아버지 손을 잡고 집 근처 목동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어느 날 야구 경기를 직관하고 집에 돌아오던 길, ‘히어로즈 리틀야구단 어린이 회원을 모집합니다’라는 피켓을 보고 내친김에 야구를 직접 하게 됐다. 남학생들 사이에 끼어서도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그렇게 8년 넘게 야구공을 던졌고, 어느덧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 나서는 국가대표가 됐다.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투수 이유진(17)의 이야기다.

국가대표 투수 이유진이 키움히어로즈 구단의 초청으로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홈경기 시구를 했다.

마운드에 오르기 전 키움 팬들에 인사를 전한 이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히어로즈 경기를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10년이 넘은 지금 이렇게 고척돔에서 시구를 할 수 있게 돼 정말 영광”이라고 했다.

이유진은 “야구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키움이 후반기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서 꼭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키움 화이팅!”이라고 말하며 마운드에 올라갔다.

시구 후 스포츠서울과 연락이 닿은 이유진은 “속구를 던졌는데 긴장이 돼 이 손에서 약간 빠져서 휘었다”며 웃었다.

이날 시구 전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키움 신인 포수이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국가대표로 당당히 발탁된 김동헌(19)이다.

김동헌과 이유진은 영등포구 리틀야구단 선후배 사이다. 둘이 함께 뛴 기간은 길지 않지만, 오가며 인사를 한 사이다. 2018년부터 2년간 영등포구 리틀야구단에서 뛴 이유진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야구공을 던지던 오빠가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국가대표까지 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종종 말했다.

이유진은 “시구 연습을 위해 고척돔 불펜피칭장으로 갔다. 거기서 (김)동헌 오빠를 만났다. 오빠도 나를 알아보고 ‘오랜만이다’라고 했다. 그렇게 동헌 오빠랑 15분 정도 캐치볼을 했다”라고 전했다.

김동헌이 국가대표 포수답게 이유진의 공을 앉아서 여유롭게 받아줬단다. 이유진은 “동헌 오빠가 또 내가 포심패스트볼 그립을 다르게 잡는다는 걸 한번에 알아보더라. 나의 경우 남들과 조금 다르게 잡는데, 이렇게 해야 밸런스가 잘 잡혀서 그렇게 던진다”고 했다.

“국제대회 경기보다 훨씬 더 긴장됐다”는 이유진은 “히어로즈가 아직 우승은 못했지만, 준우승·3등을 할 때도, 온 마음을 다해 지난 11년간 항상 함께 해왔다. 진짜로 좋아하는 팀의 승리를 위해 시구를 할 수 있어 영광이다. 야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유진이 이제 만 17살, 고등학교 2학년이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히어로즈와 함께한 것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올해로 2년차 국가대표인 이유진은 지난 5월 말 홍콩에서 열린 ‘2023 여자야구 아시안컵(BFA)’에서 3경기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역투하고 대한민국에 소중한 동메달을 안겼다.

오는 8월 6일에는 ‘2024 여자야구 월드컵(WBSC)’ 예선 출전을 위해 캐나다 선더베이로 향한다. 양상문 감독 지휘하에 이유진을 포함해 여자야구 국가대표 20인이 폭우와 폭염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대회 본선 진출을 위해 열심히 훈련해왔다.

이유진은 “국민들께 큰 감동을 주고 싶다. 대표팀이 아시안컵에서도 잘했지만, 세계대회에서는 더 잘해 꼭 본선에 진출하고 싶다. 여자야구도 큰 무대에서 선전해 여자배구처럼 인기 종목이 되는 것이 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대한민국 여자야구 국가대표팀은 오는 9일(한국시간)부터 13일까지 5일 연속 예선 경기를 치른다. 대한민국은 캐나다, 미국, 호주, 홍콩, 멕시코와 예선 A조에 속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3승2패로 본선 진출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것이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