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하남=장강훈기자] “재미있게 배울 사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평정했던 ‘버디퀸’ 박지은(44)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 37명에게 외쳤다. “저요! 저요!” 아이들은 자신있게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 유치원생이어서 모두 내 자식 같다”며 밝게 웃은 박지은이 깜짝 돌봄 교실 골프 선생님으로 변신했다.

박지은은 지난 7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하남에 있는 캐슬렉스 골프클럽 이성대 연습장에서 지역특화 스포츠인성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프로그램은 답답한 교실을 벗어나 야외에서 땀흘리며 스포츠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경기도교육청과 광주·하남 교육지원청이 공동 주최했다.

경기도교육청 한정숙 부교육감은 “방학중에 휴가를 못 떠나는 맞벌이 부부의 아이들이 돌봄 교실을 통해 지역에 있는 유명한 인사들과 스포츠 활동을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스포츠를 통한 인성을 기르게 하기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이 행사가 지역특화 스포츠인성 돌봄 프로그램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첫날 하남 윤슬초 학생들이 골프장을 찾았는데 “국가대표 코치님이라고 엄마가 말해줬다”며 박지은을 향한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돌봄 강사 역할이 처음이어서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던 박지은은 열정적으로 배우려는 어린이들을 보자 금세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골프에 필요한 기본기를 가르치는 데 열중했다.

인도어 골프연습장이지만 야외나 다름없어 섭씨 37도를 웃도는 날씨 탓에 땀이 비오듯 흘렀다. 골프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휘두른 클럽에 맞은 공이 날아가거나 퍼팅한 볼이 과녁에 들어가는 게 재미있어 더운줄 모르고 삼매경에 빠졌다.

박지은은 얼음물을 들고다니며 “이런 날씨에는 갈증나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한다. ‘아, 목마르다’라는 생각이 들 때는 이미 늦었다”며 아이들의 수분보충에 열을 올렸다.

스키 선수를 꿈꾸는 큰딸과 50일간 미국 오리곤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는 박지은은 “은퇴 후 골프해설도 했지만, 육아 때문에 외부 활동을 제대로 못했다. 후배 육성에 도움이 될 방법을 찾던 중에 지인 소개로 아이들이 골프에 대한 흥미를 느낄 기회를 얻었다.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골프를) 좋아해서 놀랍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스포츠활동은 성장기 유소년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노력해야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인내해야 한다는 것,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 등을 느낄 수 있다. 교실에서는 배우기 힘든 것인데, 이런 활동으로 쌓은 경험은 옳은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된다”고 강조했다.

냉정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아이들이 스포츠활동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미국 등 선진국과 가장 다른 부분”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특정 종목보다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경험하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골프는 볼에 대한 집중력, 몸을 제어할 힘이 필요한 종목이다. 조금 더 성장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공동 주관사인 스마트스코어와 골프매거진 코리아 측은 스내그골프협회의 협조를 구해 어린이들이 골프를 더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데 집중했다. 또 LPGA 클래스A 멤버가 포함된 주니어 교육 전문 기관인 멤버스골프아카데미 소속 전문 강사를 초빙해 ‘스윙의 기본과 골프 에티켓 습득’에 많은 공을 들였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흘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박지은은 “이번 활동을 통해 앞으로도 골프 대중화와 후배 양성에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얼마든지 재능기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