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긴 터널을 빠져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자기’ 고재현(대구FC)이 부활포를 쏘아 올리자, 승리도 함께 따라왔다.

고재현은 지난 26일 대구DGB대구은행파크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와 홈경기서 결승골을 작렬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6분 세징야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의 홍정운이 헤더로 연결했다. 볼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튕겨 나왔지만, 세컨볼이 고재현 앞에 떨어졌고, 침착하게 가슴 트래핑을 한 이후 오른발로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13경기, 98일 만에 가동한 득점포. 고재현은 잠시 울컥하면서도, 팬들의 응원을 경청하는 세리머니를 길게 이어갔다. 고재현의 골이 터지자 최원권 대구FC 감독을 비롯한 벤치의 모든 코칭 스태프들이 환호하며 포효했다. 구단 관계자들 역시 울컥했다는 후문.

고재현의 울컥한 모습이 중계로 잡혔지만, 27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너무 기뻐서 어떻게 세리머니를 할까 고민 중이었다. 다들 ‘왜 우냐’고 하던데, 눈물은 맺히지 않았다”고 웃으며 “이제 ‘긴 터널을 빠져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전까지는 꼭 골을 넣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급함과 부담이 생기더라. 이번에는 최대한 편하게, 골은 생각하지 않고 팀을 위해 죽어라 뛰고 나오자고 생각했다. 지난해도 그렇고, 올해도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득점이 나왔다. 헌신적으로 뛰면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고재현은 지난 3개월간 ‘골침묵’에 시달렸다. 5월20일 대전 하나시티즌에서 시즌 5호골을 넣은 뒤 잠잠했다. 그사이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됐는데, 고재현의 이름은 없었다.

실망감과 상실감이 동시에 다가왔다. 고재현은 “진짜 (명단 탈락이) 가장 컸다. 2년 전 첫 소집 때부터 개인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에 가는 것이었다. 그 목표가 한순간에 사라지니 나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다가왔다. 경기장에서 의욕을 갖고 열정적으로 뛰는 스타일인데, 동기부여가 사라지니까 내 자신이 급격하게 다운됐다. 자신감도 잃었다. 개인적인 목표가 사라지니까 공허함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부활포 작렬과 함께 마음을 훌훌 털어냈다. 최 감독뿐 아니라 팀 내 형들의 조언과 위로가 큰 힘이 됐다. 고재현은 “다들 마음 써주시는 게 느껴서 너무 감사했다. 감독님과는 따로 식사를 하면서 ‘네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걱정하지 말고, 잘할 수 있다’ 등 응원과 배려를 해주셨다. (이)근호형, (이)용래형, (홍)정운이형 등이 너무 잘챙겨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돌아온 고재현과 함께 팀 역시 7경기 만에 승점 3을 챙겼다. 승점 38을 쌓은 대구는 파이널A(1~6위) 진입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고재현은 “목표는 단순해졌다. 원래 팀을 파이널A로 이끄는 게 팀적인 목표였다. 시즌 중에 대표팀을 오가면서 체력이나 전술적으로 힘든 게 없지 않아 있었다. 이제는 대구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명확하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파이널A로 무조건 진입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