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감동과 아쉬움은 한 끗 차다. 지난 달 2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팝스타 라우브의 공연은 80분 내내 감미로운 선율로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마치 설탕을 잔뜩 묻힌 도넛처럼 달콤한 그의 음색을 듣고자 평일 저녁임에도 1만 5000여 관객이 KSPO돔을 가득 채웠다.
라우브는 ‘패리스 인 더 레인’(Paris in the Rain), ‘올 포 나싱’(All 4 Nothing) 등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팝스타다. 지난 2019년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섰고 지난해 음악 축제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출연자로 내한해 관객을 만났다. 지난 2020년 발매한 정규 1집 ‘하우 아임 필링(~how i’m feeling~)’ 수록곡 ‘후(Who)’는 한국이 낳은 월드스타 방탄소년단(BTS)과 협업한 곡이다.
가뜩이나 주가가 높았던 라우브는 영화 ‘엘리멘탈’의 역주행 흥행으로 OST ‘스틸 더 쇼’(Steal The Show)가 큰 사랑을 받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르고 있다. 이 곡은 쟁쟁한 K팝 스타를 제치고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에서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실상 이날 공연은 시작부터 떼창의 연속이었다. 지난 달 4일 발표한 신곡 ‘러브 유 라이크 댓(Love U Like That)’으로 첫 무대를 시작한 라우브는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관객의 함성을 유도하다 무릎을 꿇은 채 곡을 마무리했다.
이어 “안녕 한국”이라는 인사말을 건넨 뒤 바로 히트곡 ‘패리스 인 더 레인’을 이어갔다. 가성과 진성을 오가며 음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그의 목소리는 관객을 끈덕끈덕한 꿀성대통으로 안내하는 듯 했다. 묵묵히 히트곡을 부르다 식상한 영어 인사를 건네는 여타 팝스타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라우브는 한국 팬들에게 진심인 모습이었다. 그는 공연 도중 무대 아래로 내려가 관객을 두 팔로 안아주는가 하면 암전 상태에서 1층 스탠딩석으로 돌진해 관객 한가운데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라우브의 움직임에 스탠딩석의 관객들은 흡사 ‘모세의 기적’처럼 우르르 움직였다.
라우브는 공연 중 왼팔에 한글로 새긴 ‘맛살♡’ 문신을 공개해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 문신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공연 참석을 위해 서울에 방문했다 맛살 맛에 반해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스틸더쇼’(Steal The Show)를 부를 때, 무대 위로 한 커플이 소환됐다. 라우브가 직접 건반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남성 관객이 여성 관객에게 반지를 끼운 뒤 키스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 이벤트는 라우브가 직접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가장 좋아하는 곡인데 온전히 곡을 감상하지 못했다 ”,“15만원이나 되는 티켓값을 지불했는데 프러포즈 들러리가 된 기분”이라는 일부 불만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80분간의 짧은 공연 시간 동안 이처럼 다채로운 쇼를 준비한 해외 아티스트가 극히 드문 상황에서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라우브의 공연은 충분히 가치있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오히려 아쉬움은 공연 초반 무대 스크린이 작동하지 않거나 음원 MR이 튀는데서 더 크게 와닿았다. 좋게 말해 단출하지만 아티스트의 쇼맨십과 목소리 외에는 준비한 게 없는 무대도 다소 성의없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사랑스러운 가수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사랑을 표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나는 여러분을 위해 여기 있어요. 여러분 사랑해요’(I‘m here for you, I love you)라는 메시지를 띄웠던 라우브는 앙코르 곡인 ‘아이 라이크 미 베터(I Like Me Better)’를 부를 때 무대 뒤 화면에 이렇게 적었다. “제가 찾은 답은 사랑입니다.(Love is my answer.)”
mulgae@sportsseoul.com